80일간 6천600㎞ 대장정 절반 넘겨…"미국인도 함께 아파했다"

"섭씨 40도의 애리조나 사막을 지날 땐 그야말로 숨이 턱턱 막혔습니다."

위안부 문제를 알리고자 미대륙 자전거 횡단에 나선 '3A(트리플 에이) 프로젝트' 4기 멤버 백현재(25·백석대), 이호준(22·인천대) 군이 지난달 말 여정의 절반을 지나 시카고에 도착했다.

지난 6월 23일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LA) 샌타모니카 해안에서 출발한 이들은 애리조나, 뉴멕시코, 오클라호마, 캔자스, 미주리 주를 지나 일리노이 주로 넘어갔다고 3일(현지시간) 알려왔다.
위안부 알리려 美대륙 자전거횡단… "40도 애리조나 사막 건넜다"
LA부터 앨버커키, 오클라호마시티, 캔자스시티, 세인트루이스를 지나며 많은 미국인을 만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소개하고, 때로는 토의했다고 한다.

트리플 에이는 'Admit'(식민지 여성들에게 성노예 역할을 강요한 것의 인정), 'Apologize'(인권유린 범죄에 대한 일본 정부의 진정한 사과), 'Accompany'(위안부 할머니들의 혼과 마음을 안은 동행)의 머릿자를 딴 프로젝트다.

내일을 여는 사람들, 종교평화협회, 가주한미포럼, 3·1여성동지회가 이들을 응원했다.

백 군은 "우리가 애리조나 사막 날씨를 너무 쉽게 생각했는데 섭씨 40도에 이를 때는 더 가지 못하고 주저앉아야 할 지경이었다.

주변을 지나던 하이웨이 패트롤(고속도로 순찰대) 차량을 타고 근처 주유소 그늘로 옮겨 쉬다가 해 질 무렵부터 다시 자전거 라이딩을 하기도 했다"고 에피소드를 전했다.

두 대학생이 6∼7월 자전거 여정을 이어간 코스에는 미국 남서부에서도 가장 뜨거운 애리조나와 뉴멕시코 사막 지대가 고스란히 포함됐다.
위안부 알리려 美대륙 자전거횡단… "40도 애리조나 사막 건넜다"
40번 주간(州間) 고속도로 갓길을 타고 가다가 대형트럭들이 빠른 속도로 옆을 지나치는 바람에 자전거가 휘청할 정도로 아찔했던 순간도 여러 번 있었다고 한다.

미국인 가정에서 머물면서 위안부 문제에 대해 알릴 기회도 있었다.

백 군은 "위안부 문제를 아는 사람도 있고, 모르는 사람도 있지만 만나본 이들의 공통된 마음은 함께 기억하고 아파하며 공감해줬다는 점"이라며 "인류의 아픈 역사 문제로 우리가 함께 기억해야 함을 강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들이 일본이 아닌 미대륙 횡단을 선택한 것도 위안부 문제가 한일 간의 정치·역사 문제를 넘어 보편적인 여성 인권의 문제임을 더 넓은 세계에 알리고자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들은 오는 9월 4일까지 장장 80일에 걸쳐 6천600㎞의 대장정을 기획했다.

절반 이상을 달렸고 이제 동부 인구 밀집 지역으로 향한다.

자전거는 죽은 화석연료가 아니라 사람의 심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로 달린다는 점에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아픔과 동행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매개체로 생각했다고 백 군과 이 군은 입을 모았다.

이들은 시카고 리그리빌딩 앞 광장에서 수요집회를 열고 퍼포먼스도 벌였다.

길 가던 많은 현지인이 함께했다.

시카고에서 피츠버그, 워싱턴DC, 필라델피아, 뉴욕으로 향하는 여정이 남았다.

워싱턴DC까지는 현지 미국인 한 명이 뜻을 함께하고 동행하기로 했다.

백 군은 "현지인이 동행해 어떤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위안부 알리려 美대륙 자전거횡단… "40도 애리조나 사막 건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