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칭화대 동문들이 대표적인 관변학자로 꼽히는후안강(胡鞍鋼) 칭화대 국정연구원장 퇴출을 요구하고 나서 화제다. 후 원장은 각종 보고서와 공개 연설을 통해 중국의 국력이 미국을 추월했다고 주장해왔다. 칭화대 동문들은 후 교수의 이같은 주장이 정부 정책을 오도하고 국민을 현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격화하고 있는 미·중 통상전쟁의 유탄을 맞았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3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1980년대 칭와대를 졸업한 27명의 동문은 최근 추융 칭화대 총장에게 호소문을 보내 후 원장 해임을 촉구했다. 이들은 “후 원장이 엉터리 연구로 중국 지도부와 여론을 호도하고 다른 나라의 경계심과 두려움을 증폭시켰다”고 비판했다. 이 호소문에는 1000여 명의 동문이 연대 서명했다.

후 원장은 2016년 중국이 이미 세계 최대의 제조업 국가이자 최대의 상품 수출입 국가, 경제 규모가 가장 큰 국가가 됐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베이징에서 열린 한 강연에서는 중국의 경제력이 미국의 1.15배, 기술력은 1.31배, 종합 국력은 1.36배에 달한다며 구체적인 수치까지 제시하기도 했다.

후 원장은 중국과학원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은 뒤 미국 예일대와 매사추세츠공대(MIT), 홍콩 중문대 연구원을 거쳐 2000년 중국과학원과 칭화대가 공동 설립한 국정연구원의 원장을 맡았다. 이후 중국 지도부의 입맛에 맞는 국가발전 전략을 제시하는 대표적인 관변학자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중국 최고 지도부의 학습회의인 중난하이 좌담회의 단골 참석자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리커창(李克强) 총리와도 직접 교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수주의 여론을 조장하는 관영 언론인 환구시보의 후시진 총편집인, 중국과학원 산하 반도체 제조업체 룽신중커의 최고경영자(CEO)로 중국이 세계 반도체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후웨이우 등과 함께 ‘3후’로 불리기도 한다. 한국에도 중국의 유력 학자로 여러 차례 소개됐다.

미·중 통상전쟁이 격화하면서 최근 중국에선 기술력과 위상을 과장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지난 달 세 차례 연재된 기사에서 중국의 성과와 역량을 과장하는 일부 보도를 비판했다. 허황된 이야기들이 외부 공격의 빌미를 제공한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6월 관영 언론인 과기일보의 류야둥 편집장은 한 포럼에서 “중국이 과학기술 분야에서 선진국을 곧 따라잡는다는 착각에 빠져 있으며 이런 착각이 무역분쟁의 한 원인이 됐다”고 주장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