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싱크탱크 잇따라 접촉하며 美 의중 파악 애써
전문가들 "미·유럽 우려 해소하기 위한 구체적 조처 보여줘야"
"트럼프 의도 뭘까"… 중국, 무역전쟁 격화에 전략 마련 고심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갈수록 격화하자 중국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의중을 파악하고자 고심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중국 지도부와 정부 관료들은 최근 들어 중국에서는 물론 미국 등 해외에서 기업인들과 싱크탱크 연구원 등을 잇달아 접촉하면서 무역전쟁에 대응할 전략 마련을 위해 부심하고 있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과연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역전쟁 여파는 어디까지 미칠지, 미국과의 대화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지 등 다각적인 관점에서 무역전쟁 실체를 파악하고자 애쓰고 있다.

미국 비영리기구인 미중무역전국위원회(USCBC) 제이크 파커 중국업무 부대표는 "중국 정부는 미국 의중을 파악하고 관계 개선을 모색하기 위해 최근 들어 미 기업 대표들을 자주 만나고 있다"며 "이들은 어떻게 하면 미국과 대화를 재개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는 것처럼 보인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중국 베이징의 중국세계화연구소와 미국의 보수적인 싱크탱크인 허드슨 연구소가 공동 연구 프로그램에 나서기도 했다.

중국세계화연구소 측은 "이러한 연구는 양국의 경제적, 정치적 장벽을 낮추고, 두 나라의 정책 결정을 지원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중국 외교부 산하기관인 중국국제문제연구소 텅젠췬(騰建群) 연구원은 "싸움에 절대 질 수 없다는 어린애와 같은 방식으로 무역전쟁에 임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중국 정부는 지속 가능한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이처럼 미국 의중을 파악하고 대화 가능성을 타진하고자 애쓰는 것은 미국의 관세 부과가 심상치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6일 340억 달러 규모 중국 수입품에 25%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160억 달러어치 수입품에 관세를 매기기로 했다.

이어 2천억 달러 규모 수입품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도 예고했다.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은 사실상 중국에서 수입되는 모든 제품인 5천억 달러어치 수입품에도 관세를 물릴 수 있다고 위협했다.

2천억 달러 수입품에 대한 관세도 10%에서 25%로 상향 조정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중국 정부 내에서는 이러한 '관세 폭탄'이 현실화하면 자국 경제성장률이 크게 떨어지고 기업들이 무더기로 도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공산당의 일당 통치 유지를 위한 사회경제적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 중국 정부로서는 이러한 경제 불안과 일자리 감소가 사회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이제라도 무역전쟁의 심각성을 깨닫고 미국 등 서방국가를 설득할 수 있는 신뢰성 있는 정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스인훙(時殷弘) 중국 인민대 교수는 "중국은 국내외 경제활동에 대한 정부 통제를 강화하고, 외국 기업에 대한 시장 개방 확대 노력을 하지 않으면서 미국과 유럽 국가의 분노를 불러왔다"며 "지난 수년간 무역갈등을 막기 위한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미중무역전국위원회 파커 부대표는 "외국 기업인들은 중국의 '공허한 약속'에 이제 지쳤다"며 "중국 정부는 외국 기업에 대한 기술이전 강요와 지식재산권 절도 등의 관행을 근절해 미국과의 대화재개를 얼마나 진지하게 바라는지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