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법인세, 소득세 감세에 이어 양도소득세 감세를 검토하고 나서 주목받고 있다. 민간 투자를 늘려 결국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경기 활성화를 위한 ‘트럼프 감세’ 제3탄으로 감세 규모는 1000억달러(약 112조원) 에 달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다만 양도세는 중산층 이상이 많이 내는 세금이어서 부자감세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트럼프 '감세 3탄'… 법인·소득세 이어 양도세 낮춘다
뉴욕타임스(NYT)는 30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가 물가상승률만큼을 과세기준에서 제외하는 방식으로 양도세 감세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자본소득에 물가상승률을 적용하는 것은 공화당의 오랜 목표”라고 전했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지난 19~20일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때 한 인터뷰에서 “재무부가 양도소득 취득원가에 물가상승률을 반영할 수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법 절차(의회)를 통해 양도세 법안 손질이 불가능하다면 재무부 자체 권한을 통해 추진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의 양도세율은 약 20%로, 부동산이나 주식 등의 자산을 매각할 때 취득가격과의 차익에 대해 과세한다. 지금은 취득원가를 산정할 때 물가상승률을 감안하지 않지만, 앞으로 이를 반영해 원가를 산정하면 과세 대상 금액이 감소하고 세금도 그만큼 줄어든다. 펜실베이니아대 와튼경영대학원에 따르면 양도세 계산 때 취득원가에 물가상승률을 포함하면 앞으로 10년간 1020억달러 이상의 감세 효과가 예상된다.

예를 들어 1980년 10만달러어치 주식을 샀다가 최근 100만달러에 팔았다면, 지금은 차액인 90만달러에 대한 양도세 18만달러(양도세율 20%)를 내야 한다. 하지만 주식 보유 기간 동안의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취득원가가 30만달러로 높아지고, 과세 대상인 매매차익은 70만달러로 줄어 세금을 4만달러가량 덜 낸다.

양도세는 중산층 이상의 자산가들이 주로 내는 세금이라는 점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감세안을 관철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민주당은 감세 혜택의 97% 이상이 소득 상위 10%에 집중된다고 비판하며 반대하고 있다.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인 척 슈머 의원은 “재정적자는 통제 불능 상태이고, 임금은 제자리인 상황에서 상위 1% 자산가에게 또 다른 혜택을 주는 것은 분노할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므누신 장관이 의회 승인 없이 자체적으로 밀어붙일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런 감세는 (의회를 거쳐야 하는) 법 개정 사항이라는 걸 모두가 안다”고 했다.

NYT는 양도세 감세안은 상당한 법적 논란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1992년 조지 H W 부시 행정부도 이번과 비슷한 감세안을 추진했지만, 법적 권한이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포기했다고 전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