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폭염 이어 태풍까지 맞은 일본서만 최소 336명 숨져
그리스·스웨덴·美캘리포니아 산불 확산…"폭염으로 악화 전망"


잔인한 7월이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북반구를 달군 '역대급' 폭염과 산불, 지진, 홍수 등 자연재해로 지구촌 곳곳이 몸살을 앓았다.

고온 건조한 기후 속에 시작된 불은 더욱 커졌고, 폭염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던 북유럽까지 역대 최고기온을 갈아치우며 피해는 늘어나고 있다.
잔인한 7월…폭염·홍수·지진으로 신음한 지구촌
◇ 폭우·폭염· 태풍까지…300명 이상 숨진 일본
날씨로 가장 시름겨워 한 곳은 일본이었다.

날씨 관련 재해로 7월에만 300명이 넘는 사람이 숨졌다.

31일 AP통신에 따르면 이달 초 서일본 지역을 강타한 홍수와 산사태로만 최소 220명이 숨졌다.

실종됐거나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도 9명이다.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이달 초순(1~10일) 일본 전국의 총 강수량은 19만5천520.5㎜. 열흘 단위의 집계가 시작된 1982년 이후 가장 많다.

일본 정부는 지진이 아닌 호우 재해에 대해 처음으로 '특정 비상재해'로 지정하고 피해 복구를 지원하기로 했다.

그러나 집중호우가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또다시 폭염이 덮쳤다.

열사병 등 온열 질환 추정 증세로 추가로 116명이 사망했다.

기상청은 지난 23일 이례적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지역에 따라 지금까지 경험하지 않은 정도의 무더위가 나타나고 있다"며 생명에 위협을 주는 수준의 '재해급'이라고 규정했다.

폭염은 8월 초순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기상청은 내다봤다.

월말에 되어서는 태풍까지 찾아왔다.

29일 제12호 태풍 '종다리'가 일본 열도를 횡단하면서 정전, 항공기·철도 운행 중단 등 피해가 속출했다.
잔인한 7월…폭염·홍수·지진으로 신음한 지구촌
◇ 고온건조한 날씨 속 산불 덮친 유럽…인도네시아선 규모 6.4 강진
유럽에서는 북부, 남부 가릴 것 없이 산불로 비상이다.

그리스에서는 지난 23일 시작된 산불로 지금까지 91명이 목숨을 잃었다.

수도 아테네 외곽에서 발생한 산불은 그리스 북동부 해안도시의 주택가로 번졌다.

최근 40도가 넘는 고온 건조한 날씨 속에 발생한 산불은 시속 100㎞가 넘는 강풍을 타고 세를 불렸다.

이 불로 1천260㏊가 넘는 면적이 불에 탔고 건물 1천채가 복구가 불가능할 정도로 피해를 당했다.

피해는 특히 해안도시 마티 일대에 집중됐다.

바다를 눈앞에 두고도 불길이 번지는 속도가 워낙 빨라 주민들이 속수무책으로 목숨을 잃은 것으로 전해졌다.
잔인한 7월…폭염·홍수·지진으로 신음한 지구촌
상대적으로 '선선한' 여름을 즐겼던 스웨덴에서도 올해 건조하고 무더운 날씨로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산불이 일어났다.

산불은 보름 이상 계속되면서 막대한 피해를 냈다.

당국에 따르면 지난 26일까지 2만5천ha가 불탔고, 9억 크로네(약 1억200만 달러)의 피해가 났다.

27일 스웨덴의 기온은 34.6도로, 올해 최고기온을 기록했다.

7월 평균기온은 260년만에 최고를 찍었다.

스웨덴 당국은 기온이 30도를 넘어갈 것이라는 기상예보에 따라 앞으로도 화재가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내다봤다.

또 추가 산불 발생을 막기 위해 전국에 화재경보를 내리고, 일반가정의 바비큐 파티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막대한 벌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인도네시아에선 땅까지 흔들렸다.

지난 29일 오전, 휴양지로 유명한 인도네시아 롬복 섬의 북동쪽 린자니 화산 인근에서 규모 6.4의 강진이 발생했다.

여진도 60여차례 뒤따랐다.

인도네시아 국가재난방지청(BNPB)은 이번 지진으로 최소 10명이 숨지고 40여명이 다친 것으로 파악했다.
잔인한 7월…폭염·홍수·지진으로 신음한 지구촌
◇ 美캘리포니아 산불 확산…고온·건조한 날씨가 위험 키워
미국 캘리포니아주 북부에서는 산불이 '화염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급속도로 번지고 있다.

지난 23일 샌프란시스코에서 북쪽으로 400㎞ 떨어진 샤스타 카운티에서 자동차 화재로 시작된 불은 새크라멘토 강을 넘어 캘리포니아 북부 전역을 집어삼켰다.

샤스타 카운티는 최소 19명이 아직 실종 상태라고 밝혔다.

약 10만3천700에이커(약 420㎢) 면적의 초목이 소실됐으며 이는 덴버 주보다도 크다고 CNN은 전했다.

또 건물 966채 이상이 파괴됐으며, 레딩에선 주민 3만8천여명에게 대피 명령이 내려졌다.

화재 진압을 위해 소방대원 3천500여명이 투입됐지만, 37.7도까지 치솟은 기온에 낮은 습도, 거센 바람 등이 겹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상황은 오히려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미 국립기상청(NWS)은 이번 주 초 위험 수준의 폭염이 이어질 것이라며, 고온 건조한 기후가 캘리포니아 산불을 더 악화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CNN의 기상학자 헤일리 브링크는 산불 발생 지역의 바람이 지역적으로 거세져 시속 25마일까지 치솟을 것이라며 비 예보도 없다고 말했다.
잔인한 7월…폭염·홍수·지진으로 신음한 지구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