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26일은 ‘페이스북 목요일’로 기억될 것이다.”(CNBC) 페이스북 주가는 26일(현지시간) 18.94% 급락해 하루 만에 시가총액 1197억달러(약 134조원)가 증발했다. 하루 시총 감소액으로는 미국 증시 사상 최대다. 맥도날드나 나이키 규모의 기업이 사라진 셈이다. 지난 25일 2분기 실적 발표를 계기로 페이스북의 성장성과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한꺼번에 불거진 탓이다.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고위 경영진 9명이 올 들어 보유 주식을 내다 팔았다는 보도가 나온 것도 투자심리에 찬물을 끼얹었다. ‘페이스북’이라는 명성에 짓눌려 ‘나쁜 얘기’를 애써 외면해온 투자자들이 집단심리에서 깨어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성장 둔화에 휘청이는 페이스북

페이스북 시총 134조원 증발… 성장 신화 흔들리나
하버드대 학생이던 저커버그가 2004년 세운 페이스북은 지난 14년간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올해 2분기 세계 가입자가 22억 명을 돌파했고 시총은 사상 최대인 6000억달러를 넘어 세계 5위 기업이 됐다. 저커버그는 이달 초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을 추월해 세계 3위 부자로 이름을 올렸다.

페이스북은 지난해부터 △대규모 이용자 정보 유출 파문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에 악용된 일 △범람하는 가짜뉴스를 방조한 사실 등이 줄줄이 알려지며 큰 위기를 겪었지만 잘 헤쳐왔다. 지난 3월 영국 정보분석업체인 케임브리지애널리티카(CA)에 대규모로 이용자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건이 터지자 한때 주가가 17% 급락하기도 했다. 하지만 실적이 뒷받침되면서 5월까지 주가는 회복됐고 이후엔 더 올랐다.

문제가 터진 것은 2분기 실적 발표 이후였다. 숱한 스캔들을 버텨낸 페이스북이었지만 갑자기 투자자들의 믿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페이스북 성장성에 대한 심각한 의구심이 불거져 나왔다.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41.9% 늘어난 132억달러, 영업이익은 32.2% 증가한 58억달러였다. 예상치를 소폭 밑돌았으나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글로벌 하루 활동 사용자수(DAUs)가 14억7000만 명으로 예상치인 14억9000만 명에 못 미쳤다. 증가율은 11%로 전년 동기 13%보다 낮아졌다. 주수익원인 북미 사용자수가 정체했고 유럽 이용자수는 2억7900만 명으로 전 분기보다 300만 명 줄었다. 저커버그는 “유럽연합(EU)의 엄격한 개인정보보호법(GDPR) 시행 때문”이라고 했다.

미래 실적에 대한 기대도 사라졌다. 데이비드 웨너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매출 증가율이 3분기와 4분기에 크게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브라이언 위저 피보틀리서치 애널리스트는 “유럽에서 수백만 명이 페이스북 이용을 중단했다는 건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페이스북이 마침내 각종 스캔들의 대가를 치르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그동안의 스캔들은 ‘14살’ 페이스북의 사춘기 성장통 정도로 여겨졌다. 하지만 역풍이 한꺼번에 몰려오면서 “조로(早老)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페이스북 ‘집단최면’에서 깨어나는 투자자?

페이스북은 가짜뉴스의 온상이라는 오명을 벗고 개인정보 유출 예방을 위해 정보보호와 보안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올해 말까지 2만 명을 추가 고용할 계획이다. 직원 수는 지난 6월 말 3만275명으로 이미 작년보다 47% 증가했다. 2분기 총비용은 73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0% 늘었다. 수익성이 하락한다는 얘기다.

저커버그는 “회사가 보안문제에 더 신경을 써야 해 이익 증가율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정보 강화는 ‘양날의 칼’이다. 신뢰를 되찾을 수도 있지만 지나치면 광고 사업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 ‘인스타 쇼핑 카트’ 등 신상품과 인공지능(AI), 증강현실(VR) 등 신사업 투자로 인해 영업이익률이 올 2분기 44% 수준에서 내년 30%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UBS는 페이스북에 대해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낮추고 목표 주가도 212달러에서 180달러로 내렸다. JP모간과 노무라도 ‘중립’ 투자의견을 내놨다.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터진 뒤 저커버그를 포함한 고위 경영진 9명이 보유지분을 대량으로 팔아치운 것도 악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3월17일 최대 8700만 명의 회원 정보가 유출된 사실이 발각된 뒤 경영진 9명은 주식 41억달러어치를 매각했다”고 보도했다.

저커버그가 가장 많은 35억달러어치를 처분했다. 특히 지난 25일 실적 발표 전 24만 주를 매각했고 그 전날에도 52만4000주를 팔아치웠다. 셰릴 샌드버그 최고운영책임자(COO)도 3월 이후 7700만달러어치 주식을 매각했다. 이날 미국 트릴리엄자산운용 등 일부 페이스북 투자자들은 저커버그의 의장직 사퇴 제안서를 제출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