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외교장관 "외부로부터 위협 참지 않을 것" 반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터키에서 가택 연금된 미국인 앤드루 브런슨 목사의 즉각적 석방을 촉구하며 터키에 대규모 제재를 가하겠다고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미국은 위대한 기독교인이자 가장, 아주 멋진 사람인 앤드루 브런슨 목사의 장기간 억류에 대해 터키에 대규모 제재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엄청나게 고통받고 있다"며 "이 무고한 신앙인은 즉각 풀려나야 한다"고 덧붙였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미 국무부 주도로 이날 열린 종교의 자유 관련 장관급 회의 기조연설에서 브런슨 목사를 석방하지 않으면 터키에 대한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터키는 즉시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에 반발하며, 브런슨 목사 석방 요구를 일축했다.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교장관은 "누구도 터키에 명령을 내릴 수 없다"며 "우리는 그 누구의 위협도 참지 않을 것"이라고 응수했다.

그는 이어 "터키에서 법치는 모두에게 적용되며, 어떤 예외도 있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브라힘 칼른 터키 대통령실 대변인도 "위협 언사는 용납할 수 없다"며 "미국은 건설적인 자세를 취하라"고 촉구했다.

1993년 터키에 입국한 브런슨 목사는 2010년부터 서부 이즈미르에서 교회를 이끌어오다 지난 2016년 10월 테러조직 지원과 간첩죄로 구속됐다.

터키 이즈미르 형사법원은 최근 브런슨 목사의 석방 요청을 기각했으나 건강상태를 고려해 가택연금에 처하라고 판결해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모색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공소장에 따르면 브런슨 목사는 '펫훌라흐 귈렌주의 테러조직'(FETO)과 쿠르드 분리주의 무장단체 '쿠르드노동자당'(PKK)을 돕고, 간첩 행위를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으나 본인은 혐의 일체를 부인하고 있다.

유죄 판결이 내려지면 브런슨 목사는 최장 35년형에 처해질 수 있다.

브런슨 목사 투옥 후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미국 정부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정부에 여러 차례 그의 석방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미국 의회도 서방과 관계가 악화한 터키 정부가 브런슨 목사를 사실상 정치적 '인질'로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터키에 F-35 전투기 공급을 차단하는 법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미국인 목사 풀어주지 않으면 터키에 대규모 제재"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