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큰손’들이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발을 빼고 있다.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한 중국 정부 규제가 지속돼 온 데다 미·중 통상전쟁이 맞물리면서 투자 열기가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그동안 호텔과 오피스빌딩 등에 수백억달러를 쏟아부었던 중국 자본이 10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에 있는 부동산을 순매도하기 시작했다고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시장 조사업체 리얼캐피털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중국 투자자들은 미국에서 12억9000만달러(약 1조4560억원) 규모의 상업용 부동산을 처분했다. 반면 같은 기간 사들인 물건은 1억2620만달러어치로 매각 물량의 10분의 1에도 못 미쳤다. 미국 부동산에 대한 중국 자본 투자가 순매도를 기록한 것은 2008년 이후 처음이다.

짐 코스텔로 리얼캐피털 부사장은 “매수 세력이 실종된 가운데 ‘팔자’가 쏟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순매도 규모가 10억달러가 넘는다는 건 해외 투자에 대한 중국 정부 태도가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보여준다고 WSJ는 전했다.

중국 정부는 2016년 말부터 자국 기업의 해외 부동산 투자에 대한 단속을 크게 강화해 왔다. 기업들이 대출을 받아 무분별하게 해외 부동산을 사들이면서 부채 비율이 급등했고, 이로 인해 중국 경제의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HNA(하이난항공)그룹은 최근 뉴욕 맨해튼에 있는 오피스빌딩 ‘245 파크 애비뉴’를 매각했다. 안방보험은 2014년 미국 호텔로는 역대 최고가인 19억5000만달러에 매입한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을 비롯해 미국 내 호텔 일부를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전문가들은 무역과 국가 안보를 둘러싼 미·중 갈등도 중국 자본의 미국 부동산 매각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차이나 머니가 떠나기 시작하면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침체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부동산 가격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꾸준히 올랐지만 최근 18개월 동안 정체 상태를 보이고 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