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의 측근인 리잔수(栗戰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이 시작한 '충성맹세'가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있다고 프랑스 국제라디오방송(RFI)가 25일 보도했다.

리잔수 전인대 상무위원장은 미국과의 무역갈등과 과도한 '개인승배'로 시진핑 '1인 체제'가 흔들리고 있다는 관측속에 지난 16일 당조회의를 열어 시진핑 동지를 핵심으로 당중앙이 단번에 결정지을 수 있는 권위를 확보해야한다며 충성맹세의 서막을 알렸다.

리잔수 상무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사기.진시황 본기'에 나오는 '일추정음(一錐定音), 정어일존(定於一尊)'이라는 성어를 인용했다.

진나라때 승상 이사가 진시황을 지칭한 이 성어는 '최고 권위를 가진 인물'을 의미한다.

리잔수에 이어 자오커즈(趙克志) 국무위원 겸 공안부장이 공안부 당위원회 확대회의를 열어 시 주석의 핵심지위를 결연히 수호하고 당중앙의 권위와 집중통일된 영도를 유지하는 것이 정치건설의 주요 임무로 공안기관의 최대 정치이자 최대 대국(大局.대세)이라고 밝혔다.

리잔수와 자오커즈에 이어 딩쉐샹(丁薛祥) 중앙·국가기관공작위원회 서기가 뒤를 이었으나 그것이 끝이었다.

당시 베이징 관가에서는 이들의 뒤를 이어 한동안 '정어일존'에 대한 충성맹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시 주석의 측근인 천민얼(陳敏爾) 충칭시 서기, 차이치(蔡奇) 베이징(北京)시 서기, 리창(李强) 상하이시 서기, 리훙중(李鴻忠) 톈진 서기는 물론 지방 각 성과 군부에서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리잔수 전인대 상무위원장이 '정어일존'을 언급했을 당시 베이징 정가에서는 온갖 유언비어가 난무했다.

공산당 원로들이 시 주석에 대한 '개인숭배'에 불만을 제기, 당내 확대회의를 요구하자 베이징시가 시 주석 초상화와 선전구호, 포스터를 철거토록 지시했다는 중화권 매체 보도가 뒤를 이었다.

또 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에서 시 주석 관련 뉴스가 1면에서 사라지는 현상도 나타났다.

분석가들은 이런 현상이 시 주석이 마오쩌둥을 학습해 세력을 약하게 보여 적을 끌어내는 '인사출동'(引蛇出洞) 전략의 일환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 매체는 하지만 베이징의 유언비어가 시 주석에 대한 불만에 근거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최근 수십만 개의 불량 백신을 영유아에게 접종한 '백신 스캔들'이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의 아프리카 순방 소식을 밀어내고 미중간 무역전쟁을 까맣게 잊게했다고 전했다.

중화권 매체 보쉰(博迅)은 이날 중국 남부 청두(成都)의 한 아동병원 화장실에서 '공산당을 전복하자'는 격문이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화장실 칸막이에 매직펜으로 쓴 낙서 형태의 격문은 "독분유와 독백신, 천정부지의 의료비로 허리가 부러지고 독공기와 독식품으로 서민들이 울고 있다"면서 '공산당을 전복하자'는 내용을 담았다.

이 매체는 베이징, 난징(南京), 항저우(杭州), 상하이 등지의 아동병원에서도 유사한 표어가 등장해 인터넷에 유포되고 있다고 밝혔다.

RFI는 리잔수 상무위원장의 '정어일존'은 유언비어가 난무하는 베이징 정가에 대한 경고일 수 있지만 관례적으로 이어지던 충성맹세가 중단된 것은 보기드문 일이라고 밝혔다.

또 시 주석에 대한 과도한 권력집중이 반대여론에 부딪히면서 출구전략을 모색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시진핑에 '충성맹세' 반향 없는 중국… 백신파동에 수위조절?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