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장기화할 조짐인 미·중 통상전쟁에 대응하기 위해 내수 경기 부양에 초점을 맞춘 재정·금융정책을 펴기로 해 주목받고 있다. 지난달 25일 상업은행의 지급준비율을 인하해 7000억위안(약 120조원)을 시장에 공급한 인민은행은 한 달 만에 5020억위안(약 83조6300억원) 규모의 유동성을 시중에 또 풀었다. 위안화 가치도 24일 약세로 돌아섰다.
中, 내수 부양 '재정·금융 보따리' 푼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인민은행이 대규모로 유동성을 공급한 데 이어 위안화 가치를 하루 만에 다시 절하하면서 미·중 통상전쟁이 환율전쟁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24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에 따르면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전날 열린 국무원 상무회의에서 “외부 환경의 불확실성에 대응하고 안정적 경제 발전을 위해 재정·금융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통상전쟁이 가져올 경제 타격을 줄이기 위해 경기 부양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국무원은 하반기엔 수출 증진보다 내수 부양과 산업 구조조정, 중소기업 지원 등을 통해 경제 내실을 다지는 데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우선 중소기업의 연구개발(R&D) 비용 공제율을 75%로 상향 조정해 연말까지 650억위안(약 10조8000억원)의 세금을 추가로 감면해주기로 했다. 중국은 당초 올해 감세 목표를 1조1000억위안으로 정했다.

지방정부가 인프라 건설 등을 통해 경기를 부양할 수 있도록 1조3500억위안 규모의 특별채권도 발행할 예정이다. 국가가 주도하는 펀드를 활용해 15만 개 기업에 1400억위안을 지원하기로 했다. 상업은행에 대한 지급준비율도 지속적으로 낮춰 이를 통해 공급된 자금이 중소기업 지원과 기업 대출의 출자 전환에 쓰이도록 할 계획이다. 영세 자영업자에겐 대출 이자를 면제해주기로 했다.

적정한 수준에서 시중에 유동성도 충분히 공급하기로 했다. 이 같은 방침에 따라 인민은행은 전날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를 통해 5020억위안을 시중은행에 지원했다. 2014년 MLF가 시행된 이후 지금까지 MLF를 활용해 공급한 자금으로는 최대 규모다.

MLF는 유동성 경색이 우려될 때 인민은행이 국채 등을 담보로 시중은행에 자금을 대출해주는 제도다. 만기는 1년이며 금리는 대개 연 3.30%다. 인민은행은 MLF 만기일에 새로운 MLF를 시행하는데 이날은 만기가 되는 MLF가 없었다. 시장에서는 향후 인민은행이 적극적으로 통화 공급량을 늘릴 것임을 예고하는 행보로 받아들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환율 조작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는데도 하루 만에 위안화 가치를 끌어내렸다. 인민은행은 이날 미국 달러화 대비 위안화 기준환율을 전날보다 0.44% 오른 6.7891위안으로 고시했다. 환율을 올린 것은 위안화 가치를 그만큼 절하했다는 뜻이다. 전날 8거래일 만에 위안화를 평가 절상했다가 하루 만에 다시 절하한 것이다.

이로써 위안화 가치는 작년 7월11일(6.7983위안) 이후 1년여 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하지 않는 한 위안화 약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