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꾼들, 여론통제하자 미국 대사관으로 옮겨가 분노 표출
사고 업체 비리 속속 제기돼…"17년간 뇌물수수 12건 관련"
중국 엉터리 백신사태 '후폭풍'… "어떻게 애국하겠느냐" 격앙
중국에서 또다시 '엉터리 백신' 사태가 불거지자 비난여론이 폭주하며 중국 당국이 사태 수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철저한 문책 처벌을 약속하며 여론통제에도 나서고 있다.

24일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 창춘(長春)시 공안국은 백신 제조 과정에서 위법 행위를 저지른 창춘 창성(長生) 바이오테크놀로지 가오준팡(高俊芳) 회장과 임원 4명을 전격 연행해 조사에 들어갔다.

해외 순방 중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현지에서 철저한 조사와 함께 책임자들에 대한 엄벌을 지시한 직후의 일이었다.

앞서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도 "인간 도덕의 최저선을 깬 것"이라고 비판하며 연루된 모든 이에 대한 가차없는 처벌을 강조했다.

이미 이 업체의 백신 생산라인은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의약품감독 당국은 창성 바이오테크놀로지가 동결건조 인간광견병 백신 생산과정에서 회사 측이 생산기록 및 제품검사기록을 조작하고, 공정변수와 시설을 임의로 변경한 사실을 밝혀냈다.

이처럼 강력하고 신속한 중국 지도부의 대처는 중국 여론의 분노가 그만큼 거세기 때문이다.

중국 누리꾼들은 모든 가짜 백신 기사마다 "사람 목숨이 달린 문제"라며 업체 측의 위법행위, 당국의 감독소홀 등에 분노를 나타냈다.

창성바이오 웹사이트는 전날 분노한 중국 누리꾼들로부터 해킹 공격을 당했다.

홈페이지 화면에 가짜 백신 관련 뉴스 및 사진과 함께 "너(창성)를 혼내지 않으면 조국의 꽃봉오리(어린이)들에 미안해진다"는 글귀가 올라왔다.

주식시장에서는 창성바이오의 주가는 지난 5거래일 동안 41% 폭락했고, 23일에는 아예 거래가 정지됐다.

5일 동안 사라진 이 회사의 시가총액은 115억 위안(약 1조9천억원)에 달한다.

여론이 심상찮게 돌아가자 당국이 여론 통제에 나서기도 했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중국 선전당국이 가짜 백신 관련 보도를 엄격히 통제하고 독립탐사 보도를 금지하는 한편 인터넷에 올라오는 관련 정보와 글을 관리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 웨이신 가입자는 "단체방에서 백신 관련 토론을 한 친구들이 사용제한을 당해 다른 사람들이 글을 볼 수 없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특히 2008년 멜라민 분유 사태에 연루됐던 당국자가 오히려 승진했다는 내용의 인터넷 평론과 댓글이 삭제됐다.

당시 이 사태로 면직된 당시 국가의약품감독국 안전협조사(司) 쑨셴쩌(孫咸澤) 사장이 2014년 국가식품의약품감독관리총국 의약품안전총감에 이어 2015년 부국장으로 승진한 다음 현재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政協) 교육과학위생체육위원회 부주임을 맡고 있는 것을 꼬집는 내용이었다.

비판 댓글이 차단되는 조짐이 나타나자 중국 네티즌들은 주중 미국대사관의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계정으로 옮겨갔다.

이들은 "전 중국에서 이곳에서만 자유롭게 말할 수 있다"며 당국의 백신 관리 소홀을 비난하는 댓글을 남기고 있다.

네티즌들은 이 곳에서도 "미국이 이 인간성 말살의 사건에 개입해달라", "이런 나라에 어떻게 애국하겠느냐"는 등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창성바이오의 추가 비리 의혹도 속속 제기되고 있다.

이 중에서도 창성이 단기간에 중국 백신업계에서 절대적으로 우세하게 된 점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펑파이(澎湃)망은 이 업체가 지난 17년간 안후이(安徽), 허난(河南), 푸젠(福建), 광둥(廣東) 등지에서 12건의 뇌물수수 사건에 관련돼 있다고 전했다.

창성바이오가 지난해 중국 정부로부터 4천830만 위안(약 81억원)의 보조금을 받는 등 비리 여지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 엉터리 백신사태 '후폭풍'… "어떻게 애국하겠느냐" 격앙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