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겋게 달아오른 지구촌… 日, 40도 넘어 사망자 속출
기록적 폭염으로 고통받는 나라는 한국뿐만이 아니다. 미국과 일본, 그리스 등 유럽 각국에서 역대 최고 기온이 관측되고 있다. 일본에선 40도 이상으로 치솟은 무더위에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고 그리스는 관광객들의 열사병을 우려해 유명 관광지인 아크로폴리스 문을 닫는 등 비상대응에 나섰다. 스웨덴에선 고온에 가뭄이 겹치면서 사료용 건초가 떨어지자 농민들이 가축을 살처분하고 있다.

23일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낮 사이타마현 구마가야시의 기온이 일본 기상 관측 이래 최고인 41.1도를 기록했다. 도쿄도 오메시 최고 기온도 40.8도까지 치솟았다. 이달 들어 폭염이 지속되면서 일본에선 지난 21일 하루에만 11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30여 명이 더위로 목숨을 잃었다.

교도통신은 도쿄 지역 구급차 출동 횟수가 하루 최다 3125회에 달할 만큼 무더위에 쓰러져 병원에 실려가는 시민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는 폭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NTT도코모와 일본항공(JAL) 등 2000여 개 기업에 임시 휴무토록 하는 ‘텔레워크’ 도입을 권하고 있다.

북미 지역에서도 폭염으로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 미국 기상청(NWS)은 휴스턴시를 포함한 텍사스주 남동부에 23일까지 폭염주의보를 발령했다. 휴스턴시는 지난 22일 기온이 최고 39.4도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자 에어컨이 없는 주민을 위해 냉방대피소 5곳을 마련했다.

로스앤젤레스는 지난 7일 밤 최저기온이 26.1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으면서 7월 중 가장 더운 여름밤 기록을 세웠다. 평년 여름 기온이 21도인 캐나다 퀘벡주에도 지난달부터 최고 35.3도의 무더위가 덮쳐 89명의 온열질환 사망자가 발생했다.

유럽은 봄부터 계속된 가뭄에 이어 100년 만의 기록적인 폭염에 신음하고 있다. 그리스는 기온이 40도 이상으로 오르자 관광객과 직원들의 열사병을 우려해 아테네의 상징인 아크로폴리스 문을 닫았다. 스웨덴 농민들은 가뭄으로 사료용 건초가 떨어져 가축들을 살처분하고 있다. 라트비아도 지난달 서부지역에서 대규모 들불이 일어나 국가재난사태를 선포하고 주민 대피령을 내렸다.

과학자들은 유난스러운 폭염이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에다 올해 극단적으로 약해진 제트기류가 합쳐진 결과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댄 미첼 영국 브리스톨대 교수는 “약해진 제트기류로 인해 고기압이 한곳에서 장기간 머물면서 바람 없고 맑은 날씨가 지표를 달구고 있다”고 전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