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통상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중국 정부가 ‘무역 우군’ 확보에 나섰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19일(현지시간) 중동과 아프리카 등 해외 순방에 나섰다. 시 주석(앞줄 왼쪽)이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공항에서 무함마드 빈 라시드 알막툼 UAE 부통령과 나란히 걷고 있다.
시진핑 대신 왕후닝이 '희생양'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와"시진핑 노선에 비판 의견 많지만, 시 권력 뒤흔들 정도는 아냐"중국 지도부의 비밀회의인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가 오는 8월 초 열려 무역전쟁 등을 핵심 의제로 다룰 것으로 보인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빈과일보가 20일 보도했다.베이다이허 회의는 중국의 전·현직 수뇌부들이 7월 말∼8월 초 휴가를 겸해 베이징에서 동쪽으로 280㎞ 떨어진 허베이(河北) 성 친황다오(秦皇島)의 베이다이허라는 휴양지에 모여 국정을 논의하는 비공식 회의다.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9일 중동과 아프리카 국가를 방문하는 10여 일간의 해외 순방에 나선 만큼, 베이다이허 회의는 그가 귀국한 후인 8월 초부터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미국의 대규모 관세 부과로 중국 경제에 먹구름이 드리운 상황에서 올해 베이다이허 회의의 핵심 의제는 단연 미·중 무역전쟁이 될 전망이다.이는 시 주석의 정책 노선에 대한 당내 논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전임 지도자들이 조용히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키우자는 '도광양회'(韜光韜晦) 전략을 채택한 것과 달리, 시 주석은 중화 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뜻하는 '중국몽'(中國夢)을 내세우며 미국에 대한 강경책을 적극적으로 펼쳤다.이러한 시 주석의 노선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감을 불러 무역전쟁을 초래했다는 시각이 많은 만큼, 그의 정책 노선에 대한 열띤 논쟁이 펼쳐질 수 있다는 얘기다.중앙당교 기관지 학습시보 부편집장을 지낸 덩위원(鄧聿文)은 "무역전쟁이 불러온 이슈들이 핵심 의제가 될 수 있다"며 "국내 정치, 외교 정책, 통치 방식 등이 논쟁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이어 "무역전쟁은 중국 지도부에 기존 전략을 재검토하라는 압력을 가하고 있어 베이다이허 회의 후 주요 전략의 조정이 따를 수 있다"며 "상황 전개에 따라 당내 의견도 갈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이러한 분란을 반영하듯 최근에는 시 주석의 권력이 흔들리고 있다는 온갖 소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그중 하나는 대외정책 실패의 책임을 지고 시 주석의 최측근인 왕후닝(王호<삼수변+扈>寧) 당 중앙서기처 서기가 '희생양'이 돼 물러나고, 딩쉐샹(丁薛祥) 당 중앙판공청 주임이 그의 직무를 대신할 것이라는 소문이다.리잔수(栗戰書)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자오커즈(趙克志) 국무위원 겸 공안부장 등 시 주석의 측근들이 최근 당 간부들의 '충성 맹세'를 주도한 것은 역설적으로 시 주석의 권력이 그만큼 흔들리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하지만 이러한 온갖 소문에도 불구하고 시 주석의 권력이 무너질 정도로 반대 세력이 힘을 얻기는 힘들다는 것이 중론이다.특히 시 주석이 군부에 확고한 세력 기반을 구축했지만, 그의 반대 세력인 공산주의청년단이나 태자당(太子黨·혁명 원로 자제 그룹) 등은 군부를 장악하지 못해 반(反)시진핑 세력 결집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시사 평론가 린허리(林和立)는 "시진핑이 덩샤오핑의 '도광양회' 전략을 버리고 강경 민족주의 정책을 펴 전 세계의 적이 된 만큼 그에 대한 비판과 압력은 당연히 생겨날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이러한 반발이 시진핑의 실각을 불러올 정도는 아니다"고 분석했다.중국 정치학자인 룽젠(榮劍)은 "중난하이(中南海·베이징 관청가)에서 정변이 일어날 것이라는 소문은 말도 안 되지만, 시진핑에 대한 개인숭배가 위기를 불러온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그는 "시진핑이 '총과 붓'(군부와 선전 부문)을 장악한 채 핵심 지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당심(黨心)과 민심을 얻지 못할 경우 언제든지 위기는 재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연합뉴스
"시진핑 주석이 움직이려하지 않는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 불만 제기래리 커들로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이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에 대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비판했다. 당장이라도 무역분쟁을 끝낼 수 있지만 시 주석이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커들로 위원장은 18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린 ‘딜리버링 알파(Delivering Alpha)’ 콘퍼런스에 참석해 “시 주석에겐 미·중 양국의 어떤 논의도 이행하려는 의사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시 주석이 협상을 지연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커들로 위원장은 “류허 중국 국무원 부총리 등은 협상을 원하지만 결국 공은 시 주석이 쥐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협상이 매우 불만스럽기 때문에 계속해서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커들로 위원장은 중국이 만족스러운 접근법을 제시한다면 당장이라도 미국의 관세 부과 조치를 끝낼 수 있다고도 강조했다. 미국이 원하는 조치로는 관세·비관세 장벽 제거, 지식재산권 도용 중단, 중국 진출 기업에 대한 외국인 100% 지분 인정 등이 포함된다. 커들로 위원장은 “미국의 평균 관세는 대략 2.5%이지만, 중국은 약 14%”라며 “중국이 장벽을 낮추라는 게 나의 해법이고 트럼프 대통령도 동의하고 있다”고 전했다.커들로 위원장은 오는 25일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중요한 자유무역과 관련된 제안을 들고 온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각료회의에서 “(EU와의 협상에서) 공정한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엄청난 보복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EU의 수입 차량에 대한 관세(10%)가 미국(2.5%)보다 높다며 불만을 표시해왔다.커들로 위원장은 미국의 성장률이 당분간 4%에 이를 수 있다고 낙관했다. 커들로 위원장은 "1~2개 분기 동안 성장률이 4%가 될 수 있다"며 추가적인 감세 조치도 예고했다. 또 경기 침체는 2024년에나 올 것이라고 주장했다.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황제가 정한 대로 따르라"…흔들림 없는 권력장악 확인미국과의 무역갈등과 과도한 개인숭배로 시진핑(習近平) 권력이 도전받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중국 공산당이 시 주석에 대한 충성서약을 다시 시작했다.19일 신화통신에 따르면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는 지난 16일 당조회의를 열어 "시진핑 동지를 핵심으로 한 당 중앙이 단번에 결정지을 수 있는 권위를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전인대 상무위원회 당조는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사상으로 두뇌를 무장해 정치건설 강화를 자각하고 엄격하게 정치기율과 정치규칙을 준수하며 당 중앙의 권위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집단 학습을 겸한 이날 회의는 '중국 공산당의 역사적 사명'을 주제로 시 주석의 비서장 출신 최측근 리잔수(栗戰書) 전인대 상무위원장이 주재했다.회의에서 사용된 '일추정음(一錐定音), 정어일존(定於一尊)'이라는 성어는 여러 논의가 분분해도 황제 등 최고 권위자가 마지막으로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뜻을 가진 말이다.시 주석이 지난 5일 전국조직업무회의에서 당 중앙의 결정과 권위를 강조하면서 쓴 용어이기도 하다.중공중앙·국가기관공작위원회도 이날 정치건설추진회를 개최해 중국 공산당의 권위와 통일집중된 영도를 보호할 것을 촉구했다.이어 18일에는 자오커즈(趙克志) 국무위원 겸 공안부장이 공안부 당위원회 확대회의를 열어 시 주석의 핵심지위를 결연히 보호하고 당중앙의 권위와 집중통일된 영도를 유지하는 것이 정치건설의 주요 임무이며 공안기관의 최대 정치이자 최대 대국(大局)이라고 밝혔다.자오 부장은 또 공안기관은 당이 장악한 '칼'이라면서 "당중앙이 제창한 것을 결연히 호응하고, 당중앙 결정을 결연히 집행하며, 당중앙이 금지한 것을 절대 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그는 공안공작을 처음부터 끝까지 시 주석을 핵심으로한 당중앙의 절대적 영도와 전면적 영도하에 둬야한다고 밝혔다.자오 부장은 당중앙의 '일추정음, 정어일존'의 권위를 결연히 옹호하고 공안기관이 정치기율과 정치규칙의 전면에 서야한다고 강조했다.중국중앙(CC)TV도 16일 평론을 통해 "당의 모든 동지들이 어느 때나 어떤 상황에서라도 시진핑 총서기의 당내 핵심지위와 당 중앙의 권위, 통일 집중된 리더십을 결연히 옹호해야 한다"고 했다.이 같은 시진핑 권력체제에 대한 강조는 최근 당 내외에서 시 주석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는 관측과 관련해 관심을 끈다.중국 내부적으로 시진핑 체제의 권위와 정당성을 강조하기 위해 미국과 주변국을 상대로 대외 강경노선을 추진하다가 결국 무역전쟁을 촉발했다는 내부 비판이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이에 따라 미중 무역갈등이 격화하면서 중국 매체들은 보도지침에 따라 '중국제조 2025' 계획에 대한 언급을 피하고 인민일보는 3일 연속 자국의 위상과 기술력을 과대 평가하는 풍조를 비판하는 기획시리즈를 실었다.이는 '시진핑 1인 권력체제'에 대한 비판론 등으로 이어졌다.중화권 매체 보쉰(博迅)은 지난 13일 장쩌민(江澤民)·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주룽지(朱鎔基) 전 총리 등 원로 40여 명이 당 정책 노선의 재검토를 요구했다고 전하기도 했다.신화통신이 개인숭배를 비판하는 내용의 '화궈펑(華國鋒)의 실책 시인'이라는 제목의 옛 기사를 다시 끄집어내고 인민일보가 잇따라 1면에 시 주석 관련 뉴스를 보도하지 않는 것도 이와 관련돼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하지만 이런 분석에도 시 주석 관련 동정, 발언 보도는 여전히 모든 중국 관영매체의 다른 주요 면을 장식하고 있다.과도한 개인숭배를 막기 위한 일부 조치로 시진핑 권력이 흔들린다고 보는 것은 단견이라는 지적이 중국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다.시 주석이 19∼27일 아랍에미리트(UAE), 세네갈, 르완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중동·아프리카 4개국 순방에 나선다.지난 3월 국가주석 연임이 결정된 이후 첫 출국이다.홍콩 정치평론가 조니 라우(劉銳紹)는 "시진핑의 권력장악은 여전히 확고한 상태"라며 "시진핑 체제 위상이 흔들린다면 이런 민감한 시기에 출국에 나설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중국 의회격인 전인대가 '시진핑 충성맹세'에 나선 것도 확산하는 시진핑 권력이상설을 조기에 불식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시 주석은 오는 28일 순방을 마치고 돌아오면 매년 7월 경제문제를 주제로 열리는 정치국회의에서 재차 자신의 확고한 권력을 다질 것으로 예상된다.이어 8월초 전·현직 지도자들의 휴가를 겸한 비밀회동인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에서 원로들과 대면할 예정이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