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어 영향력 확대에 국민경쟁력 저하 아이러니
"'글로벌 영국' 외치다 이웃국보다 외국어교육 지체"
"영국인 아킬레스건은 보편언어 영어만 잘한다는 점"
세계화로 영어가 더 널리 쓰이면서 제2외국어 습득 영국인은 급격히 감소하는 대신 유럽연합(EU) 내 다른 회원국의 경우 영어공부를 더 많이 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로 인해 영국 내 일자리 경쟁에서 영국인들이 수세에 몰리게 됐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8일(현지시간) 전했다.

영국문화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프랑스어·스페인어 등 EU 회원국 언어를 고교 졸업 표준시험으로 선택한 학생은 전체의 47%에 지나지 않았다.

이는 2002년 76%에 비해 무려 29% 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고교 졸업 시 프랑스어를 선택한 학생은 1997년 21%에서 지난해에는 8%로 뚝 떨어졌다.

독일어 시험을 보도록 하는 공립학교는 3년 전보다 25% 더 줄었다.

이에 반해 EU 회원국 국민 가운데 제2외국어를 구사할 줄 아는 사람은 눈에 띄게 증가했다.

영국을 제외한 27개 EU 회원국 중고교생은 평균 1.6개의 외국어를 익히고 있다.

이들이 공부하는 외국어는 대부분 영어로 추정되고 있다.

영어는 EU 회원국 사이에서 제2의 공용어로 부상했다.
"영국인 아킬레스건은 보편언어 영어만 잘한다는 점"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네덜란드나 덴마크, 스웨덴의 경우 국민 70% 이상이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한다.

이들 나라에서 영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놀라울 정도가 됐다.

EU 회원국 내 다국적기업 대부분은 이사회를 진행할 때 10년 전보다 훨씬 많이 영어를 사용한다.

영어는 EU 회원국의 실질적인 언어로, 프랑스어를 따돌린 지 이미 오래다.

EU에서는 다른 회원국 정치인들을 만날 때 영어를 점점 더 많이 구사하는 정치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 14개월 동안 스페인, 프랑스, 폴란드에서는 제2 외국어로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정상이 취임했다.

전임자들은 자국어만 구사할 수 있었다.

이처럼 영어 사용이 늘어남에도 불구하고 영국인들의 경쟁적 우위는 빠르게 무너져 내리고 있다.
"영국인 아킬레스건은 보편언어 영어만 잘한다는 점"
다국적기업이 EU 회원국을 상대로 비즈니스를 시작하려 할 때 이제 영어 구사자를 찾는 것은 더는 주요 고려 사항이 안되는 세상이 됐다.

기업은 EU 회원국 언어를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는 사람들을 찾는다.

다양한 언어로 소통하면서 국경 넘어 존재하는 소비자와 좋은 관계를 맺으려 하기 때문이다.

WSJ는 영국이 단순히 영어 사용국이라는 무기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다양한 언어를 사용하는 이민자들을 많이 받아들여 다국적 인재가 풍부한 나라가 됐기에 투자하기 좋은 나라가 됐다고 해설했다.

그러면서 영국은 이민규제를 한층 더 강화하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를 굳이 따지지 않더라도 이제는 이런 경쟁우위를 누릴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투자를 더 많이 유치하려는 다른 나라들도 다양한 외국어를 구사할 수 있는 이민자들을 더 많이 받아들이는 게 경제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WSJ는 2년 전 파리정치대학(시앙스포)가 모든 강의를 영어로 전환하는 등 유럽의 상위권 대학 상당수가 완전히 영어로 진행되는 강의를 개설해 놓고 있다는 점을 사례로 들었다.

신문은 영국 정치인들이 '글로벌 영국'을 계속 떠들고 있으나 글로벌 언어인 영어만 구사할 줄 아는 영국인들은 과거 수십 년 동안의 교육 시스템 탓에 정작 크게 실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WSJ는 영국인들이 자연스럽게 3개 언어를 모국어처럼 구사하는 새로운 세대의 EU 국민들과 맞서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국인 아킬레스건은 보편언어 영어만 잘한다는 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