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매체 베니티페어, 미러회담 역풍에 "백악관, 장례식장 방불"
"볼턴도 '경솔한 발언' 판단했지만 번복시 부작용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러 정상회담 역풍과 관련,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이 문제의 러시아 대선 개입 의혹 관련 발언에 화가 난 나머지 공화당 주요 인사들에게 공개적 비판 발언까지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과 끊임없이 불화설에 시달려온 켈리 실장은 지난달 말에도 교체설이 불거진 바 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지만, 후속 대응에서는 켈리 비서실장과 다른 입장을 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연예잡지인 배니티 페어는 17일(현지시간) '"이것은 악몽 같은 시나리오였다":웨스트윙(대통령 집무동)이 트럼프의 푸틴 감싸기 이후 들고 일어나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러한 뒷얘기를 소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러 정상회담을 마치고 핀란드 헬싱키에서 미국으로 돌아오는 전용기 안에서 자신의 발언에 대한 미국 정치권의 격한 반발에 놀랐으며, 전용기가 착륙했을 즈음에는 자신을 방어해주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에 그 놀라움이 분노로 바뀌었다고 배니티 페어가 백악관 쪽과 가까운 한 공화당 인사를 인용해 보도했다.

현재 백악관 참모들 분위기는 그야말로 장례식 분위기라고 한다.

또 다른 공화당 인사는 "이것은 악몽의 시나리오같은 최악의 상황"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위기를 맞닥뜨릴 때마다 특유의 역공 모드로 돌파를 시도했지만, 워싱턴DC 도착 다음날인 17일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러시아의 대선개입 결론을 내린 자국의 정보기관보다 이를 부인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세계무대에서 옹호한 사태의 파장이 그 이전의 위기들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라는 걸 인정하고 수습에 나서야 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한 소식통에 따르면 볼턴 보좌관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경솔한 것이었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다만 볼턴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발언을 철회할 경우 오히려 분노의 장작더미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뿐더러 트럼프 대통령을 약하게 보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켈리 비서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미·러 정상회담 발언에 보다 성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식통에 따르면 켈리 비서실장은 이번 발언이 로버트 뮬러 특검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와 관련한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판단했으며,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해당 발언을 철회하도록 '압력'을 가했다는 것이다.

특히 켈리 비서실장은 의회의 공화당 인사들에게 전화를 돌려 이번 발언 파문과 관련, 공개적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내달라고 했다고 이 매체가 당시 상황을 잘 아는 3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실제 공화당 서열 1위인 폴 라이언(위스콘신) 하원의장과 미치 매코널(켄터키)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하고 러시아의 2016년 미국 대선개입은 명백하다면서 잇따라 목소리를 냈다.

트럼프 대통령이 결국 하루 만에 자신의 발언을 번복하며 한발 물러선 것을 두고 이 매체는 "트럼프 대통령이 24시간 만에 발언을 뒤집은 것은 그만큼 자신이 유발한 문제에 대한 반발의 강도가 컸던 데 대해 불안해했다는 신호"라고 풀이했다.

지난해 8월 혼돈에 빠진 백악관에 입성한 켈리 비서실장은 '문고리 권력'을 견제하고 정보유출을 막는 '군기반장'(enforcer)을 자처하며 한때 트럼프 대통령의 강한 신임을 받았으나, 수개월째 계속되는 불화설에 시달려야 했다.

특히 켈리 비서실장이 자신을 재앙으로부터 미국을 구하는 '구원자'로 묘사하면서 백악관 참모들에게 수차례에 걸쳐 트럼프 대통령을 '멍청이'라고 불렀다는 지난 4월 말 언론 보도 이후 관계이상설이 증폭됐다.

지난달 말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참모진들과 켈리 비서실장 후임 문제를 논의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켈리, 트럼프 발언에 '폭발'… 공화당 인사들에 공개비판 요청"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