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정상들간의 만남은 일정이나 의전을 고려했을 때 분 단위로 쪼개어 시간을 쓸 정도로 긴박하게 돌아간다. 때문에 시간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이 외교가의 공식이다. 그런데 이 공식에 전혀 개의치 않는 정상이 있다. '지각대장'으로 유명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그 주인공이다.

푸틴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도 '어김없이' 지각을 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오후 1시 35분께 트럼프 대통령과의 첫 회담장인 핀란드 헬싱키 대통령궁에 도착했다. 회담 예정 시간보다 35분 늦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맞불을 놓듯 회담장에 푸틴 대통령보다 약 20분 늦게 모습을 드러내면서 회담 시작이 예정보다 70분이나 지연됐다.

푸틴 대통령은 다른 나라 정상들을 기다리게 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지각을 개의치 않는다. 이러한 푸틴의 행동에 가장 큰 수모를 당한 정상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가 작년 1월 조사한 자료를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2014년 메르켈 총리와의 회담장에 4시간 15분이나 늦게 나타났다. 또한 2012년에는 빅토르 야누코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4시간이나 기다리게 했고 2016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회담 때는 3시간을 지각했다. 2015년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을 50분 기다리게 했다.

푸틴 대통령은 작년 9월 6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회담에도 34분 지각했다. 당시 청와대 관계자는 "푸틴 대통령이 워낙 지각으로 악명이 높아 어느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다. 30분 정도는 양호한 편"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회담에는 1시간 45분이나 늦었다.

미국 의회 전문매체 '더 힐'은 이런 상습 지각에 대해 옛 소련 비밀경찰 KGB 출신인 푸틴의 협상 전략 가운데 하나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상대방과의 회담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일종의 심리 게임이라는 것이다.

AP 통신은 푸틴 대통령의 지각에 대해 치밀한 전략이라기보다 개인적 특성으로 봐야한다는 보도를 내기도 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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