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정상회담 후 공동 회견, 러의 美대선 개입의혹에 질문 쏟아져
트럼프 "러, 개입 의혹제기 어리석은 일"…푸틴 "러 개입 증거 없다"
트럼프, '미 첩보기관과 러 당국 중 누굴 믿느냐'는 질문에 즉답 피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6일 첫 공식 정상회담 후 공동으로 참석한 기자회견에서는 지난 2016년 미국 대선 때 러시아의 선거 개입 의혹에 대한 질문이 집중적으로 쏟아졌다.

이날 회담은 미국 법무부가 지난 2016년 미국 대선 때 민주당 전국위원회와 힐러리 클린턴 선거 캠프의 전산망을 해킹한 혐의로 러시아 첩보원 12명을 기소를 발표한 뒤 며칠 만에 이뤄져 자연스럽게 이 문제에 관심이 쏠렸다.
트럼프 "러, 美대선개입 조사는 재앙"…푸틴 "트럼프 당선 희망"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이날 핀란드 헬싱키에서 4시간여에 걸쳐 단독회담과 확대회담을 열어 양자 관계와 글로벌 이슈에 대해 논의한 뒤 기자회견 석상에 나란히 섰다.

먼저 푸틴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 대해 "개방적이고 실무적인 분위기였다"면서 "성공적이고 유용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미국과 러시아는 공통의 이익을 추구하는 데 있어서 협력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면서 "미국과 러시아 간 생산적인 대화는 양국은 물론 전 세계를 위해 유익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까지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는 최악이었는데 "약 4시간 전에 바뀌었다"며 이번 회담의 성과를 부각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많은 시간 동안 러시아의 대선 개입 의혹이 논의됐다며 자신이 직접 푸틴 대통령에게 러시아의 개입 의혹에 대해 제기했고 메시지를 최선의 방법으로 전달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러시아 측을 공개적으로 비난하지는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조사로 인해 미국과 러시아가 협력하지 못했다며 미국엔 "재앙"이라고 비판했고, 러시아의 선거개입 의혹을 제기하는 것을 "어리석은 일"이라고 쏘아붙였다.

또 자신은 깨끗하고 총명한 선거운동을 통해서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쉽게" 이겼으며 자신의 캠프와 러시아 당국 간 "공모는 없었다"고 거듭 주장하면서 러시아의 대선 개입 의혹을 제기해 자신의 행정부의 정당성에 먹구름을 드리우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도 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는 미국 대선에 전혀 개입한 바 없으며 미국 내부의 선거 과정을 방해할 계획도 없다고 거듭 반박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 러시아의 미국 대선 의혹에 대해 "실질적인 팩트에 관한 한 확실한 증거는 하나도 없다"고 주장하고, 트럼프 대선 캠프와 러시아가 공모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완전한 넌센스"라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 첩보기관이 사업가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 측과 협상하기 위해 범죄가 될만한 증거를 수집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우리가 모든 사업가를 몰래 조사하려고 한다고 정말로 믿느냐"고 반문하며 부인했다.
트럼프 "러, 美대선개입 조사는 재앙"…푸틴 "트럼프 당선 희망"
푸틴 대통령은 미국 법무부가 러시아 첩보원 12명을 기소한 것과 관련, 미·러 양국이 공동으로 이들에 대한 조사를 실시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지난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되기를 희망했다"고 말해 묘한 여운을 남겼다.

그는 '미국 대선에서 개인적으로 트럼프를 더 선호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

그가 러시아와 미국 간 관계 정상화를 얘기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가 당선되기를 원했다"고 답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러시아의 대선 개입을 주장하는 미국 첩보 당국과 '미국 대선 불개입'을 주장하는 푸틴 대통령 가운데 누구를 신뢰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즉답을 피했다.

그 뿐만 아니라 트럼프는 "나는 러시아가 왜 2016년 대선을 방해하려고 했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없다"며 러시아 측 주장에 더 무게를 싣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날 양국 정상은 당초 예상보다 1시간 넘게 회담하는 등 폭넓은 대화를 나눴고 양국이 우호적인 관계와 글로벌 문제에 대한 협력의 시대에 들어갔다고 역설했지만 가까운 장래에 자주 만나기로 약속한 것을 제외하고 손에 잡히는 구체적인 합의사항을 내놓지는 못했다.

푸틴 대통령은 두 정상이 군축문제에 대해 계속해서 세부적인 논의를 하기로 했다고 소개하면서 2010년 체결된 신(新) 전략 무기감축 협정(New START)의 연장과 1987년 합의된 중거리핵전력협정(INF) 이행 가능성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 미국의 미사일 방어 계획과 우주 무기화에 대해서도 논의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북핵 문제와 관련, 푸틴 대통령은 북한과의 핵무기를 둘러싼 긴장을 해소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노력을 높게 평가했다.

푸틴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에 대한 점진적인 해결이 시작된 것은 좋은 일"이라면서 "많은 측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해결에 직접 개입하고, 대치가 아닌 협력의 정신으로 대화에 나섰다는 사실이 이것을 가능하게 했다"고 추켜세우기도 했다.
트럼프 "러, 美대선개입 조사는 재앙"…푸틴 "트럼프 당선 희망"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