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국제 유가가 10% 이상 추가 급등할 경우 전략비축유(SPR)를 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차원에서 미국과 유럽 등이 동시에 비축유를 방출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전시나 비상시에 대비해 쌓아둔 전 세계 비축유는 10억배럴이 넘는다.

美, 油價 10% 더 오르면 '비축유 방출 폭탄' 던지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비축유 방출 문제가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고 지난 13일 보도했다. IEA가 주도해 국제 공조 형식으로 비축유를 풀 가능성도 있다고 WSJ는 내다봤다.

이는 미국의 이란 제재와 베네수엘라, 리비아 등의 원유 생산 차질로 국제 유가가 작년 말부터 급등한 데 따른 것이다. 국제 유가는 브렌트유 기준으로 올해 11%나 올랐다.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등 산유국에 증산을 요구하는 동시에 비축유 방출도 옵션으로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은 이달부터 하루 100만 배럴 증산에 나섰다. 하지만 사우디 등의 추가 생산 여력이 한계에 달했다는 분석과 함께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을 것이란 예상이 잇따르고 있다.

게리 로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플래츠 석유 부문 책임자는 “유가가 더 오르면 미국은 비축유를 매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미국은 올 11월에 매우 중요한 중간선거가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비축유를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선 셰일오일 생산이 급증하면서 막대한 양의 비축유를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작년 5월 의회에 제출한 2018회계연도(2017년 10월~2018년 9월) 예산안에서 향후 10년간 비축유의 절반 정도를 매각해 166억달러(약 18조8000억원)를 확보한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미국의 비축유는 6억6000만 배럴 규모다.

WSJ는 비축유 방출은 초기 검토 단계로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도 이견이 크다고 전했다. 일부 관료는 ‘비축유를 쓸 수 있다’는 강력한 신호를 시장에 보내기 위해 소량을 방출하는 방안을 선호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비축유 방출을 ‘최후의 수단’으로 보는 기류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