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오른팔’로 불리는 왕치산 국가부주석(사진)이 미국 측 인사와 접촉을 늘리고 있다. 미국 정부는 중국 통신장비업체 ZTE에 대한 제재를 해제했다. 장기화 양상으로 치닫던 미·중 통상전쟁이 극적으로 봉합되는 계기가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15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왕 부주석은 지난 12일 베이징에서 미국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와 만났다. 머스크는 트위터를 통해 “왕 부주석과 역사와 철학 등에 대해 깊은 얘기를 나눴으며 그는 미래에 대해 매우 사려 깊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왕 부주석은 미국이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1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직후인 지난 11일에는 람 이매뉴얼 미 시카고 시장을 만나 미·중 통상전쟁 해결 방안 등을 논의했다.

‘시진핑 시대’ 2인자로 평가받는 왕 부주석이 잇따라 미국 측 인사와 회동하면서 중국이 통상전쟁 해법 찾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 지도부는 최근 미국 기업들과 연쇄 접촉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통상 압박에 맞설 우군을 확보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중국은 겉으로는 보복 관세 부과 등 강경 대응을 강조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타협책을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CMP는 중국 당국이 관영 매체에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개인적 비난을 삼가고 기사 제목에 무역전쟁이란 표현을 사용하지 말라’는 ‘보도지침’을 내렸다고 전했다.

미국도 때마침 ZTE 제재를 해제했다. 미 상무부는 ZTE가 약속대로 벌금 10억달러와 보증금 성격의 4억달러를 예치함에 따라 제재를 해제한다고 지난 13일 발표했다. 이에 따라 ZTE는 약 3개월 만에 미국 기업과 거래를 재개할 수 있게 됐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지난 12일 워싱턴DC에서 열린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 출석해 “중국이 구조적 변화를 원한다면 나와 미 행정부는 열려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미국의 강경한 태도가 다소 누그러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이 여전히 높아 통상전쟁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적지 않다. 워싱턴포스트가 지난달 27일부터 지난 2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중국의 관세 보복으로 타격이 예상되는 아이오와주 등 15개 주에서 57%가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했다. 지난 대선 때 트럼프 대통령이 이들 지역에서 얻은 지지율보다 5%포인트 높은 수치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