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대통령 "기업을 지키지 않으면서 노동자 보호한다는 건 오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사진)이 일부 정치권과 노조의 ‘부자들의 대통령’이라는 비판에도 ‘친시장·친기업 경제개혁 의지를 굽히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베르사유궁에서 열린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기업을 돕는 정책은 부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국가를 위한 것”이라며 시장친화적 경제정책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혔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취임 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프랑스의 미래를 위해 법인세 인하와 노동시장 유연화 등 개혁정책 추진 속도를 늦추지 않겠다는 것이다.

◆“기업을 지키는 게 최우선”

마크롱 대통령은 취임 이후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근로자 해고 요건을 완화하고 산업별 노동조합의 협상 권한을 줄이는 노동개혁을 집중 추진하고 있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도 “기업을 지키지 않으면서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라며 “부의 창출과 국가의 번영은 정의와 평등을 보장하기 위한 모든 계획의 토대”라고 강조했다. 정치권 일부에서 투자은행인 로스차일드 출신이란 그의 이력을 거론하며 ‘부자들의 대통령’이라고 비판해온 것을 반박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마크롱 대통령은 “많은 서방국가가 불평등 확대를 그럭저럭 막아왔지만 경쟁력과 사회의 계층 이동성을 높이는 데는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해법으로 혁신기술과 새로운 직업환경이 요구하는 변화에 맞춰 공교육과 직업훈련 제도 개혁을 이어가겠다고 했다. 그는 “부를 창출하지도 않고서 부를 재분배할 수 있는 척하는 것은 가당치도 않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마크롱 대통령 "기업을 지키지 않으면서 노동자 보호한다는 건 오산"
◆지지율 떨어져도 ‘개혁 집념’

마크롱 대통령은 취임 후 부유세 인하, 국영철도공사(SNCF) 임직원에 대한 복지혜택 대폭 축소 등 다양한 국정과제를 동시다발적으로 밀어붙였다. 때론 ‘공화주의적 전제군주’란 비판을 받았고 최근 국정지지율은 30% 대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마크롱 대통령은 “겸허하지만 단호한 태도로 국정에 임하겠다”며 개혁 속도를 늦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통령은 스스로에게 겸손하면 되지 프랑스라는 국가를 위해 겸손할 필요는 없다”고도 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해 국방예산 삭감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지지율이 40%대로 급락하는 어려움을 겪었으나 일관된 개혁정책을 통해 위기를 돌파했다. 무소불위였던 노조 권력을 줄이는 노동개혁법을 성사시킨 뒤 연말 지지율이 50%대로 반등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노동시장 유연화 등 개혁 성과를 투자 유치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페이스북과 구글, SAP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이 프랑스에 수십억 유로 규모의 투자를 결정하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

긴축정책 기조도 이어간다. 마크롱 대통령은 “몇 주 안으로 재정지출 감축 방안을 발표하겠다”며 “재정지출 확대 속도를 늦추지 않고서는 감세도, 투자 확대도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지난해 프랑스 재정적자는 2007년 이후 처음으로 유럽연합(EU) 상한선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3% 선을 밑도는 2.6%를 기록했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