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의 '스트롱맨'(철권통치자)으로 불리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연방제 개헌을 본격 추진해 집권을 연장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10일 GMA뉴스 등 현지 매체와 외신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전날 자문위원회가 제출한 연방제 개헌안에 대부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필리핀 두테르테 집권연장의 꿈?… 연방제 개헌 본격 추진
개헌안은 대통령 6년 단임제를 내각제로 전환하고 연방제를 도입하는 내용을 담았다.

연방제하에서 4년 중임이 가능한 대통령이 국방과 외교를 담당하고, 총리가 행정 수반을 맡게 된다.

또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를 현행 '침략 또는 반란'에서 '무법적 폭력'으로 범위를 대폭 넓혔다.

이 때문에 좌파와 야당 일각에서는 오는 2022년 임기가 끝나는 두테르테 대통령이 최장 8년간 집권을 연장하면서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하려고 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두테르테 대통령도 이를 의식한 듯 개헌안이 통과되면 연방제 시행을 앞두고 대통령을 새로 선출한다는 임시조항을 넣어달라고 자문위원회에 요청했다.

자신의 임기를 단축하고 당연직으로 맡게 되는 연방제 준비위원회 대표직을 포기하겠다는 것이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에 대해 "모든 의구심을 없애기 위한 것"이라며 "이르면 내년에 개헌안이 통과되면 대통령직에서 물러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고 해리 로케 대통령궁 대변인이 전했다.

상·하원 모두 친 두테르테 진영이 장악하고 있어 개헌은 무난할 것으로 관측되지만, 반발 여론이 변수다.

필리핀에서는 2000년대 중반 글로리아 아로요 당시 대통령이 내각제 전환과 연방제 도입을 추진했지만, 장기집권을 노린다는 반발이 일면서 무산된 적이 있다.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도 국민의 37%만 연방제 개헌을 지지했고, 29%는 반대하는 것으로 나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