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내각 분열상 표면화…강경파 대담해지며 총리 타격받을 듯"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Brexit·브렉시트)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인 브렉시트부 데이비드 데이비스 장관과 스티브 베이커 차관이 사임했다고 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과 텔레그래프 등이 보도했다.

데이비스 장관은 이날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에게 보내는 서한을 통해 메이 총리가 지난 6일 발표한 브렉시트 계획안에 대한 이견이 사퇴 원인이라고 밝혔다.

그는 EU와의 "향후 EU와의 통상관계에 대한 정부의 제안 때문에 브렉시트 협상에서 입지가 좁아질 것이며 영국이 탈출할 수 없는 궁지에 몰릴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데이비스 장관은 오래전부터 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에 가까이 남는 메이 총리의 '소프트 브렉시트'(Soft Brexit) 계획은 지속할 수 없으며, 그런 계획으로 인해 EU에 훨씬 더 많은 양보를 하게 될 것이라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완화된 EU 탈퇴안 불만'… 영국 브렉시트부 장·차관 사임
브렉시트 장·차관의 사임은 메이 총리가 EU와 사실상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소프트 브렉시트 안을 내놓자 집권 보수당 내 강경파 의원들의 반대여론이 비등한 가운데 나온 것이다.

앞서 지난 6일 메이 총리는 지방관저에서 열린 회의에서 농산품 상품 교역을 위한 자유무역지대 설치, 금융 분야의 협정 추진, 영국-EU간 거주 이동 체계 재정립, 관세협정 추진 등을 담은 소프트 브렉시트 안에 대한 내각의 합의를 끌어냈다.

EU로부터의 완전한 탈퇴, 즉 '하드 브렉시트'(Hard Brexit)를 지지하는 집권 보수당 내 의원들은 소프트 브렉시트 안이 EU와의 관계를 엄격히 재설정하지 않은 것이라고 강력히 반발하며 당 대표와 총리를 교체하는 선거를 요구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집권 보수당 안팎에 포진한 보수진영은 EU로부터 국경통제권, 사법권의 완전 탈환을 요구하며 브렉시트를 추진해왔고, 경제적으로 EU와의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려 한다면 이런 목표를 이룰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AP통신은 데이비스 장관의 사임 때문에 하드 브렉시트를 지지하는 보수당 의원들이 더 과감하게 메이 총리의 정책에 도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로이터통신은 브렉시트 합의안이 나온 지 이틀 만에 주무부처 장관이 사임함으로써 메이 총리에게 충격을 줄 뿐 아니라 집권당 내부의 분열상이 표면화했다고 분석했다.
'완화된 EU 탈퇴안 불만'… 영국 브렉시트부 장·차관 사임
그러나 메이 총리는 데이비스 장관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정부의 브렉시트 안은 의심할 여지 없이 권력을 EU에서 영국으로 되찾아오는 것"이라며 그의 비판을 일축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메이 총리가 데이비스 장관보다 자신의 브렉시트 수석 보좌관인 올리 로빈슨을 더 신뢰한 것이 이번 사태와 무관하지 않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로빈슨 보좌관은 2016년부터 2년 동안 브렉시트 실무를 감독해오던 데이비스 장관의 역할을 서서히 차지해왔다고 설명했다.

데이비스 장관은 메이 총리에게 보낸 편지에서 "국익을 위해, 브렉시트부 장관으로는 마지못해 징집된 사람이 아닌 열렬한 신봉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EU 28개 회원국 가운데 하나인 영국은 탈퇴 절차를 개시하는 리스본 조약 50조를 작년에 발동, 2019년 3월 29일자로 브렉시트를 공식 단행한다.

영국은 EU와 브렉시트 후 양자 관계를 두고 협상하고 있다.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계획안이 협상 과정에서 수용되거나 거부될지, 변형될지도 아직은 미지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