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용 목적이 아니더라도 콘텐츠 재배포 등을 금지하려던 유럽연합(EU)의 저작권법이 5일(현지시간) 유럽의회에서 부결됐다. 인터넷 콘텐츠 공유를 제한하는 법안을 놓고 “인터넷의 미래에 대한 위협”이라며 거세게 반발해 온 구글, 위키피디아 등 정보기술(IT) 기업들은 일제히 환영했다.

EU 저작권법 초안에서 논란이 된 핵심은 ‘각 웹사이트에 올라오는 글과 음원, 이미지, 코드 등은 저작권 인식 기술을 통해 검열돼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13항이다. 상업 용도냐 아니냐에 상관없이 저작권이 걸린 모든 콘텐츠를 사용하거나 재배포하는 걸 사실상 금지한 것이다. 또 온라인 플랫폼 업체로 하여금 콘텐츠의 저작권을 자동으로 관리하고 차단할 수 있는 필터시스템을 갖추도록 요구했다.

지난달 EU 법사위원회가 이 같은 법안 내용을 승인하면서 세계 IT 리더들은 크게 반발했다. ‘인터넷의 아버지’로 불리는 빈트 서프 구글 부사장과 월드와이드웹(WWW) 창시자인 팀 버너스 리를 포함한 70여 명의 테크리더는 “과도한 규제는 정보 공유와 혁신을 막는다”며 EU에 공개서한을 보내 반대하기도 했다. 이들은 “저작권 검열시스템을 갖추는 데 많은 비용이 들어 중소 플랫폼 업체들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표결 결과에 대해 구글과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등이 회원사로 있는 로비단체 EDiMA는 검열의 위험성을 거론하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반면 출판업체와 작가단체 등은 “유럽의회가 인터넷 업체들의 거짓 주장을 받아들였다”며 법안 부결에 반발했다. 폴 매카트니와 플라시도 도밍고, 데이비드 게타 등 음악가들은 물론 주요 음반사, 영화사는 법안을 공개적으로 지지해왔다. 유럽의회는 오는 9월 이 개혁안의 수정을 놓고 다시 논의할 계획이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