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 中주도 송유·가스관 공사도 중지… "前총리 비리 연루"
말레이시아가 중국 주도로 진행되던 2조6천억원 규모의 송유관·천연가스관 공사를 중단시키고 비리 혐의로 기소된 전 총리와의 관련성을 조사하기로 했다.

6일 디엣지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재무부 산하 유한회사인 수리아전략에너지자원(SSER)은 지난 4일 시공 주체인 중국송유가스관국(CPPB)에 관련 작업을 중단할 것을 지시했다.

CPPB는 2016년 11월 말레이 반도의 해상수송 요충지인 믈라카 해협에서 케다 주까지 600㎞ 구간과, 사바 주 키마니스 가스터미널에서 산다칸과 타와우까지 662㎞ 구간에 송유관과 천연가스관을 부설하는 공사를 수주했다.

이와 관련해 중국수출입은행은 SSER에 공사비 94억 링깃(약 2조6천억원)의 85.5%에 해당하는 80억 링깃(2조2천억원)의 대출을 제공했다.

림 장관은 "문제는 공사 진척도가 13%에 불과한 데도 SSER이 올해 3월까지 83억 링깃에 달하는 금액을 CPPB에 지불했다는 것"이라면서 "재무부 내부조사를 진행하는 동시에 반부패위원회(MACC)에도 조사를 의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안이 이른바 '1MDB 스캔들'과 연관돼 있을 것으로 강하게 의심된다고 덧붙였다.
말레이, 中주도 송유·가스관 공사도 중지… "前총리 비리 연루"
1MDB 스캔들은 나집 라작 전임 말레이시아 총리와 측근들이 국영투자기업 1MDB를 통해 약 45억 달러(약 4조8천억원)의 공적자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이다.

이로 인해 1MDB는 천문학적 규모의 부채를 떠안게 됐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SSER이 중국수출입은행으로부터 대출받은 금액의 상당 부분이 1MDB의 부채를 메우는데 유용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나집 전 총리는 의혹을 전면 부인해 왔지만, 지난 5월 총선 참패로 권좌에서 쫓겨난 뒤 MACC의 조사를 받다가 결국 체포돼 이달 4일 3건의 배임과 반(反)부패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수사당국은 1MDB에서 빼돌린 자금을 세탁·관리하다 마카오로 도주한 것으로 알려진 금융업자 조 로우의 여권을 취소하고, 나집 전 총리의 의붓아들 리자 아지즈를 소환하는 등 수사 강도를 높이고 있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이에 앞서 중국 교통건설(中國 交通建股·CCCC)이 수주해 진행되던 동부해안철도(ECRL) 건설 사업도 사업비가 지나치게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면서 공사를 중지시켰다.

말레이시아와 중국 외교당국은 이와 관련해 마하티르 모하맛 말레이시아 총리가 조만간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