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집 전 총리, "혐의 사실 아니다" 법정서 무죄 주장
반부패위·검찰 수사결과 따라 추가기소 가능성도
말레이 검찰, 비리 의혹 前총리 기소… "배임·반부패법 위반"
천문학적 규모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당국의 조사를 받아 온 나집 라작 전임 말레이시아 총리가 결국 재판에 넘겨졌다.

4일 일간 더스타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검찰은 이날 쿠알라룸푸르 형사기록법원에서 나집 전 총리를 국영투자기업 1MDB와 관련한 3건의 배임과 반(反)부패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했다.

재판부는 나집 전 총리가 2014년 12월에서 2015년 3월 사이 1MDB의 자회사에서 4천200만 링깃(약 115억7천만원)을 송금받는 등 권력을 남용한 혐의로 기소됐다고 밝혔다.

각 혐의의 형량은 최장 20년 징역이며, 고령인 까닭에 태형은 면제될 것으로 보인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쿠알라룸푸르 형사기록법원은 기소가 이뤄진 직후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이첩했고, 법정에 선 나집 전 총리는 모든 혐의를 부인하며 무죄를 주장했다.

재판부는 100만 링깃(약 2억7천500만원)의 보석금을 내는 것을 조건으로 나집 전 총리가 석방 상태에서 재판을 받도록 했지만, 그가 갖고 있던 외교여권 2부는 모두 반납하게 했다.

나집 전 총리는 국내외 자본을 유치해 경제개발 사업을 하겠다며 2009년 1MDB를 설립한 뒤 45억 달러(약 5조원)가 넘는 자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그는 지난 5월 총선 참패로 권좌에서 쫓겨난 뒤 말레이시아 반부패위원회(MACC)의 조사를 받다가 전날 자택에서 체포됐다.

MACC와 검찰은 이번 기소를 계기 삼아 나집 전 총리와 측근들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말레이 검찰, 비리 의혹 前총리 기소… "배임·반부패법 위반"
이미 MACC는 1MDB 횡령 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보이는 계좌 400여개를 동결했고, 3일에는 '1MDB 스캔들'의 핵심으로 알려진 나집 전 총리의 의붓아들 리자 아지즈와 모하맛 자힛 하미디 전 부총리를 소환해 조사했다.

경찰은 나집 전 총리 일가의 집과 아파트 등을 수색해 무려 3천억원 상당의 보석류와 명품핸드백 등 사치품을 압수하기도 했다.

말레이시아 검찰은 토미 토머스 검찰총장이 이번 사건 담당팀을 직접 지휘하는 등 혐의 입증에 전력을 다하는 모양새다.

현지에선 향후 수사결과에 따라 나집 전 총리에 대한 추가 기소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나집 전 총리 측은 이러한 움직임에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체포 직후 공개된 동영상을 통해 "평범한 인간인 나는 완벽하지 않다.

하지만 나와 내 가족에게 씌워진 혐의는 모두 진실이 아니란 점을 믿어달라"고 호소했다.

나집 전 총리의 담당 변호사는 "이번 기소는 정치적 의도를 띠고 있다.

마하티르 모하맛 총리와 현 집권여당은 정치보복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법원 앞에서는 나집 전 총리의 지지자 수백명이 모여 기소 철회를 촉구하기도 했다.

말레이시아 정치 전문가인 브리짓 웰시 존 캐벗 대학 교수는 나집 전 총리의 체포와 기소는 "불가피한 결과"라면서 "이는 전 정권의 권력남용 문제를 해결하고 보다 깨끗한 정치를 만들려는 말레이 신정부의 의지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