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EU에 '반(反)트럼프 무역동맹' 압박… EU는 거부"
중국이 이달 중순 열리는 중국·유럽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역정책에 반대하는 강력한 공동성명을 발표하기 위해 유럽연합(EU)을 압박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3일(현지시간)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복수의 유럽 관리들을 인용해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 왕이(王毅)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등 중국 고위 관리들이 최근 벨기에, 독일, 중국에서 열린 EU 측과의 회동에서 두 경제 대국 간 '동맹'을 제안했다고 전했다.

이러한 제안 가운데 하나는 중국과 EU가 세계무역기구(WTO)에서 미국에 맞서 공동 행동에 나서는 것이다.

그러나 EU는 오는 16∼17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중국·유럽 정상회의를 앞두고 미국에 대항해 EU와 중국이 동맹을 맺는다는 이 같은 구상을 거부했다고 EU 관리와 외교관 5명은 로이터에 전했다.

대신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다자 무역체제 유지, WTO 개혁을 위한 실무그룹 설치 등을 확인하는 선에서 성명이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EU 관리들은 말했다.

한 유럽 외교관은 "중국은 EU가 미국에 대항해 중국을 지지하고, 중국 편을 들기를 바란다"면서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며, 우리는 그들에게 그렇게 말했다"고 밝혔다.

EU가 미국의 유럽산 철강·알루미늄 제품 관세 부과와 자동차 관세 위협에 반발하고는 있지만, 중국의 제한적인 시장 개방 등 문제와 관련한 우려에 대해서는 미국과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또 다른 유럽 외교관은 "우리는 미국이 중국에 가진 대부분의 불만에 동의한다"면서 "우리는 단지 미국이 그것을 다루는 방식에 동의하지 않을 뿐"이라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중국의 이 같은 움직임은 미국이 동맹국인 유럽, 캐나다, 일본과 자유무역, 기후변화, 외교정책 등 각종 현안을 두고 견해차를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국제무대에서 주도적 위치를 차지하려는 또 하나의 대담한 행보로 평가했다.

EU-중국 간 외교에 관여하는 한 유럽 관리는 "트럼프는 서방을 분열시켰다.

중국은 이를 이용하려 하고 있다"면서 "중국은 서방이 하나의 세력권인 것이 항상 불편했고, 이제 무역, 인권 등 너무 많은 분야에서 EU가 떨어져나오도록 할 수 있다고 느낀다"고 분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