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외교, '압력'에서 국면 바꿀 최대 기회 맞아"

2000년대 초반 북일 정상회담을 성사시켰던 일본의 전직 관료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에게 북한과 관련해 국내용 발언을 하고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4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다나카 히토시(田中均) 전 외무심의관(차관보급)은 전날 일본 도쿄(東京)의 일본기자클럽에서 강연을 통해 "아베 총리가 국내에 위세 좋은 것을 말하는 것은 외교가 아니다"며 "납치 문제에 대해 (어떤) 결과가 나와 있는가"라고 물었다.

다나카 전 심의관은 2002년 첫 북일 정상회담 당시 협상을 담당했던 인물이다.

이날 발언은 아베 총리가 우익들을 겨냥해 국내용으로 대북 강경발언을 쏟아내면서 납치 문제에 대해 진전을 보지 못했다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그는 아베 총리에 대해 "북한에 대한 강한 자세를 이용해 총리의 계단에 올랐다"고 말하기도 했다.

아베 총리가 납치 문제를 잘 활용해 인기를 끌어올려 총리직에 올랐는데도 현재의 한반도 화해 국면에서는 납치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아베 총리는 2002년 관방장관 시절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당시 총리의 평양행에 동행해 북한이 일본인 납치 사건을 시인하고 사죄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며 스타 정치인이 됐다.

다나카 전 심의관은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북한과 미국·한국·중국의 대화가 작동하고 있다"면서 "일본 외교도 '압력'에서부터 국면을 바꿀 최대의 기회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한반도 문제에서 일본이 전략을 보이지 않으면 미국, 중국으로부터 무시 당할 것"이라면서 다만 "갑작스러운 북일 정상회담보다는 착실한 외교를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북일회담협상 日 前관료, "아베 국내용 발언은 외교 아냐" 비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