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없는 국력 과장이 서방 경계심·미중 무역전쟁 촉발' 인식

중국 지도부가 각 언론매체에 자국의 국력과 기술력을 과장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3일 사설을 통해 최근 중국의 언론매체나 뉴미디어 등에 '거만하고 냉소적인'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며 이런 문풍(文風)을 바로잡기 위한 3편의 기획시리즈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인민일보는 사설에서 "최근 인터넷에 '미국이 두려워하고 있다', '일본이 겁에 질렸다', '유럽이 후회하고 있다'는 류의 글이 많은 클릭 수를 얻으며 돈을 벌고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근래 중국내 애국주의 정서에 편승한 과장된 기사가 많이 작성되고 읽히면서 서방 선진국의 우려와 경계심을 샀고 이것이 결국 미중 무역전쟁을 촉발했다는 중국 지도부의 인식이 담겨있다.

인민일보는 이런 글들은 '세계 1위'를 내세워 과장을 일삼고, 부분으로 전체를 해석하는 경향이 있으며 '중국의 과학기술이 미국을 넘어 세계 1위가 됐다'는 식으로 치켜세워 결국 말꼬리를 잡히게 됐다고 했다.

또 단편적 정보에 의존해 '중국이 세계 무대의 중심에 섰다', '중국이 세계 최대 경제체제가 됐다'는 식으로 오도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했다.

애국심 고양에 치우쳐 사실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신문은 중국의 국력과 기술력을 과장하는 이런 글들이 다른 이들이 중국을 비판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인민일보의 이 같은 지적은 최근 중국 과학기술부 산하 관영 매체인 과기일보 류야둥(劉亞東) 편집장이 한 세미나에서 한 질책과 맥이 닿아있다.

류 편집장은 중국이 과학기술 분야에서 선진국을 곧 따라잡는다는 착각에 빠져 있으며, 이러한 착각이 무역분쟁의 한 원인이 됐다고 주장했다.

자오진핑(趙晉平) 중국 국무원 발전연구센터 대외경제연구부 부장도 최근 인민일보가 주최한 연구토론회에 참석해 "중국 경제가 미국을 뛰어넘어 세계 제일이 됐다는 생각은 객관적 현실 인식이 결여된 위험한 생각"이라고 진단했다.

인민일보는 "오만한 문체는 언론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여론 생태계를 오염시키며 국가의 심리를 왜곡한다.

대중을 하나로 결속시키고 깨끗한 네트워크 공간을 만드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인민일보의 비판은 우선 중국 인터넷이나 소셜미디어에 올라오는 각종 블로그나 평론 등을 겨냥하고 있지만 중국 언론계 전체를 대상으로 삼고 있다.

중국의 뉴미디어 종사자는 300만명을 넘어선 단계이고 중국 전체에서 콘텐츠 창업에 대한 투자액도 50억 위안(8천300억원) 이상에 달한다.

신문은 "과장으로 기사의 질을 높일 수 없으며 자만으로 국가를 강하게 만들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며 "극단적 정서를 자극하고 편견을 퍼뜨리려는 고집스러운 시도는 대중을 오만함과 단편화된 정보에 기반한 자아도취의 악순환에 가둘 것"이라고 주장했다.

팡중잉(龐中英) 중국 해양대 해양발전연구원장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중국 지도부가 자국민을 고무시키는 내부선전 방식이 외국의 반발을 사고 있다는 점을 깨닫고 이런 상황을 바로잡으려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주 열린 외교정책 회의에서 중국 지도부의 지침이 내려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22∼23일 4년만에 열린 중앙외사공작회의를 주재하고 중국 특색의 대국외교, 인류운명 공동체,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등 외교정책 방향을 확정했다.
中 "'미국이 중국을 두려워한다'고?"…기술력 과장 경계령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