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대한 난민정책으로 ‘난민의 어머니’로 불리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대연정 붕괴를 피하기 위해 난민포용 정책에서 후퇴했다. 독일에 들어온 난민, 이주자 가운데 일부를 사실상 내쫓는 절차를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집권 기독민주당을 이끄는 메르켈 총리는 2일(현지시간) 연정 파트너인 기독사회당 대표 호르스트 제호퍼 내무장관과 난민정책 타협안을 도출했다. 독일과 오스트리아 국경에 난민센터를 지어 여기서 난민들을 분류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다른 나라에 망명을 신청한 난민은 독일 국경 안으로 들이지 않고 곧바로 해당 국가로 보내기로 했다. 해당 국가에서 망명 신청을 거부당한 난민은 처음 발을 디딘 유럽연합(EU) 회원국으로 되돌려보내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이미 독일에 들어와 있는 난민 일부가 추방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타협안은 기사당의 제호퍼 장관이 전날 당 대표직과 장관직 사퇴 카드를 꺼내면서 나왔다. 연정이 붕괴될 조짐을 보이자 메르켈 총리가 기존 입장에서 후퇴한 것이다.

외신들은 이번 타협안으로 기민당과 기사당의 68년 동맹관계가 유지되겠지만 메르켈 총리의 국내외 위상은 타격을 받게 됐다고 평가했다. 싱크탱크 독일마셜펀드의 토마스 클라인 브록호프 베를린 사무소장은 “메르켈 총리의 정치적 자산이 고갈됐다”며 “메르켈 시대의 마지막 장으로 접어드는 게 완연하다”고 말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