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일본 기업의 해외 기업 인수합병(M&A) 규모가 약 11조7000억엔(약 118조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M&A 조사업체 리코프의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데 따르면 올 상반기 일본 기업의 국내외 기업 M&A 건수는 179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 증가했다. 이 중 해외 기업 M&A는 340건으로 10% 늘었다. 해외 기업 M&A 금액은 11조7361억엔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배 늘었다.

일본 기업의 해외 기업 인수는 업종을 가리지 않고 확산되고 있다. 일본 최대 제약사인 다케다약품공업이 아일랜드의 다국적 제약사 샤이어를 7조엔에 인수해 규모가 가장 컸다. 소프트뱅크도 우버테크놀로지스에 출자하고 EMI뮤직퍼블리싱의 운영사 주식을 취득하는 등 수천억엔을 투자했다. 도요타자동차는 싱가포르 자동차 공유업체 그랩에 출자했다. 리크루트홀딩스는 미국 구인 사이트 글래스도어를 인수했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정보기술(IT) 기업의 M&A도 늘고 있다.

과거 일본 기업은 외부 기업을 인수하지 않고 성장하려는 ‘독립주의’가 강했지만 지금은 M&A를 핵심 경영전략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는 설명했다. 일본 정부도 기업이 M&A 자금을 손쉽게 확보할 수 있도록 금융 완화 정책을 펴고 있다.

일본 기업은 지난해부터 외화표시 채권 발행을 사상 최대로 늘리며 인수 자금 확보에 적극적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일본 기업들은 해외 채권 시장에서 최근 10여 년 내 가장 저렴하게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엔화 가치가 강세를 보이는 점도 해외 M&A 활성화 요인이다. 엔화 가치는 현재 달러당 110엔가량으로 작년 초보다 6% 정도 올랐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