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멜라니아 여사와 백악관에 도착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멜라니아 여사와 백악관에 도착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의지가 진심이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반면 한·미 연합훈련을 두고는 “미친 짓”이라고 말해 묘한 대조를 이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핵) 시설들이 어디 있는지 등을 얘기해야 하는데 북한이 진지하지 않다’는 사회자의 질문에 “나는 그들(북한)이 그(비핵화)와 관련해 매우 진지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들이 그렇게 하길 원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김 위원장과 나는 매우 좋은 케미스트리(궁합)를 갖고 있다”며 “일일이 거론하진 않겠지만 우리는 비핵화와 위대한 영웅들의 유해 송환 그리고 다른 많은 것을 다뤘다”고 덧붙였다. ‘김정은을 믿느냐’는 물음에도 “나는 그와 합의했고 악수했다”며 “나는 그가 진심이라고 진짜로 믿는다”고 옹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각에서 일고 있는 대북양보론과 관련해 “우리는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며 “우리가 (북한에) 주려고 하는 것은 미래에 일어날 좋은 일들”이라고 주장했다.

어느 편인지 모를 트럼프 美 대통령, 핵시설 은폐說에도 "김정은 믿어"… "韓·美 훈련은 미친 짓"
이에 비해 그는 한국에 대해선 논란이 될 만한 발언을 쏟아냈다.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인 행동을 보이지 않았음에도 한·미 훈련을 중단했다는 비판에 대해 “우린 ‘워게임’을 하지 않음으로써 많은 돈을 아끼고 있다”며 “내가 그걸 하지 말자고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의 모든 폭격기는 괌에서 출격해 폭탄을 떨어뜨리고 괌으로 되돌아온다”며 “그것은 미친 짓”이라고 했다. 미국 내 여론을 의식한 발언이긴 하지만 한·미 동맹 강화보다는 비용 절감이 중요하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을 확인시켜준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한·미 훈련 중단이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 카드가 되면서 앞으로 한·미 동맹이 ‘미국 우선주의’ 기조에 따라 언제든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과 관련해서도 ‘아메리카 퍼스트’ 입장을 재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이미 한국과의 합의를 거의 완료했다. (개정 전에) 그것은 끔찍한 합의였다”며 “그것은 우리가 아니라 한국에 20만 개의 일자리를 안겨주는 것이었다. 그것은 끝났다”고 정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강조해온 미국 우선주의가 고스란히 드러나 한·미 동맹이 약화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인터뷰는 사전에 녹화된 것이다. 북한이 비밀리에 농축 우라늄 시설을 늘렸다는 보도가 나온 지 하루 만에 공개됐다. 북한이 미국과 비핵화 협상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세간의 비판을 고려한 조처로 풀이된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