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관영매체들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문화대혁명 시기 하방(下放·지식인을 노동 현장으로 보냄) 생활을 그린 다큐멘터리를 또다시 제작했다.

중국중앙(CC)TV와 '중국의 소리'(中國之聲) 등은 지난 28일부터 시 주석이 1969년 15세 청소년기 시절에 산시(陝西)성 옌안(延安)시 량자허(梁家河)촌에 하방돼 7년간 농민들과 생활했던 시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량자허'를 방송 중이다.

편당 25분짜리의 이 다큐멘터리는 모두 12부로 제작돼 다음주까지 방송될 예정이다.

지난 3월 CCTV, 중국인민라디오방송(CNR), 중국국제방송(CRI) 등 관영 방송 매체를 통합해 설립한 중앙라디오TV본부(中央廣播電視總台) 소속의 모든 방송, 인터넷매체들이 이 다큐멘터리를 방송하고 있다.

특히 조선어(한국어), 몽골어, 티베트어, 위구르어, 카자흐어 등 5개 소수민족 언어와 4개 방언, 영어, 일본어, 스페인어 등 12개 외국어로도 나레이션을 하게 된다.

시 주석이 어릴 적부터 농민들과 고초를 겪으며 농촌 개발, 중국 부흥의 신념을 다듬어왔다는 것이 주내용이다.

지난 1일까지 방송된 4편의 다큐멘터리는 2015년 2월 40여년만에 량자허촌을 다시 찾아간 시 주석의 회상을 통해 시 주석이 베이징에서 량자허촌으로 들어가 농촌의 힘든 생활에 적응하고 농민들과 교류했던 일화들이 그려졌다.



이 같은 시 주석 개인 역정을 다룬 영상물은 벌써 세번째다.

지난해 11월 CCTV가 시 주석의 지식청년 시절부터 최고지도자까지 이르는 역정을 친(親)서민 이미지로 각색한 단편영상 '공복(公僕)의 길'을 방송했고 곧이어 시 주석의 나레이션으로 농촌 서민들의 고통을 돌아보는 내용의 단편영화 '인민 영수'가 제작돼 배포됐다.

당시에도 2기 체제를 시작한 시 주석이 1인 권력체제의 바탕 위에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마오쩌둥(毛澤東)에 버금가는 자신의 절대적 지위를 각인시키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바 있다.

이번 다큐멘터리 역시 시 주석의 최고지도자로서 권위와 이미지를 다시 공고하게 만들려는 의도가 녹아있다.

시 주석은 줄곧 량자허의 하방 생활을 강조함으로써 자신의 친 농민 이미지를 부각해왔다.

아울러 중국 공산당이 1일 창당 97주년을 즈음해 공산당의 근간이 인민임을 강조하며 간부 당원들이 말단 기층에서 단련 성장하는 과정을 중시하겠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한 전문가는 "중국 지도부가 외부 정세의 변화 폭이 커지고 미국과 무역전쟁이 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애국 및 농민 정서를 자극해 단결과 지지를 고취시킴으로써 공동으로 도전에 맞서자는 뜻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1일 창당 97주년 기념 사설을 통해 "중국 공산당은 인민에 깊이 의존해 도랑을 하나씩 건너면서 차례로 승리를 거뒀다"며 "8천900만 당원이 줄곧 인민과 함께 생각하고 함께 일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런 개인 역정을 홍보하는 영상물의 잇따른 방송이 개인 숭배주의의 일환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청년보 산하 잡지 빙뎬(氷点)의 전 편집자 리다퉁(李大同)은 "신격화 운동의 한 사례이며 개인숭배 공정의 일환"이라며 "15세 소년 시기의 량자허 일을 끝없이 우려먹으며 혁명성지처럼 꾸미는 것은 중국 인민의 지혜를 지나치게 낮춰보는 처사"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일부 관리들이 추진하는 이런 개인 숭배 움직임을 시 주석이 제지하지 않고 있다는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시 주석에 대한 권위적 숭배 분위기가 관료, 언론, 학술계에도 확산되고 있다.

데이비드 밴더스키 홍콩대 신문미디어센터 교수는 "시진핑에 대한 절대 복종 분위기가 중국 학술 연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외부에서 들여다보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中, 시진핑 하방생활 역정 다룬 다큐멘터리 방송… 일각선 비판론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