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7월 즉석회동서 '긍정 케미스트리'…트럼프, 러와 관계개선 강조
對러시아 제재 해제·크림반도·북핵 등 민감 쟁점 놓고 대립할 수도


다음 달 16일 첫 공식 정상회담을 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번 만남에서 서로 얼마나 호흡을 잘 맞출 수 있을지 주목된다.

두 정상 모두 '강한 남자' 캐릭터라는 점에서 굵직하고 시원한 결론이 나올 수도 있지만, 민감한 쟁점들에서 '강 대 강'의 첨예한 대립이 이뤄질 수도 있다.

푸틴 대통령은 탄탄한 장기 집권을 이어온 전형적인 '스트롱맨(독재자)'이고, 트럼프 대통령도 강한 성격과 추진력 때문에 스트롱맨에 가까운 지도자에 비견되곤 했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 스트롱맨 유형의 지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상당한 친화력을 보인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두 정상이 다자 정상회의를 계기로 즉석에 가까운 회동을 한 적은 있지만, 공식적으로 별도의 정상회담을 갖는 것은 처음이다.

회담 장소는 미국도 러시아도 아닌 제3국인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이다.

서로 부담이 덜한 중립적 장소를 택했다.

두 정상이 별도로 처음 만난 것은 지난해 7월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이었다.

당시엔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상당히 좋은 궁합을 보여줬다는 게 미국 정부 측의 설명이다.

당시 회담은 애초 35분만 예정됐지만 실제로는 이를 훌쩍 넘겨 2시간 16분간 이어질 정도였다.

회담이 1시간을 넘기자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미국 관계자들의 요청을 받아 중단을 요청하기도 했으나 소용이 없었다고 한다.

회담에 배석한 렉스 틸러슨 당시 국무부 장관은 브리핑에서 "분명한 '긍정적 케미스트리(궁합)'가 있었다"면서 "두 지도자는 매우 급속히 결합했다"고 총평했었다.

두 정상의 이런 긍정적 궁합은 제대로 판을 마련해놓은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재현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들어 러시아와 관계 개선의 중요성을 계속 주장해왔다는 점은 이런 예상에 힘을 싣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초 캐나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크림반도 병합 이후 주요 8개국(G8) 회의체에서 쫓겨난 러시아를 복귀시켜야 한다고 요구할 정도로,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이 미국의 국익과 세계의 이익에 도움이 된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강한 남자' 트럼프-푸틴 첫 정상회담… 궁합 잘 맞을까
다만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브로맨스'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이 있는 부정적인 요소들도 적지만은 않다.

가장 큰 걸림돌은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내내 발목을 잡아온 이른바 '러시아 스캔들'이다.

지난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정부가 내통했다는 의혹이 오랫동안 이어지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와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믿음에도 불구하고 친(親)러시아 행보로 보일 수 있는 언행을 자제해온 게 사실이다.

러시아 스캔들에 대한 특검 수사가 막판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 역시 어느 정도 제약된 행보를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미국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7월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에서도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의혹을 따져 물으며 압박했지만, 푸틴 대통령은 '증거'를 대라고 맞선 것으로 전해졌었다.

북한 비핵화 문제, 미국의 대(對)러시아 제재 해제 문제,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문제, 시리아 내전 문제 등도 두 정상 사이에 놓인 지뢰들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푸틴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통해 북한 문제를 논의한 뒤 기자들과 만나 "중국은 (북한 문제 해결을) 돕고 싶어 하는데, 러시아는 돕지 않고 있다"며 불만을 표한 적이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