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때부터 탈퇴 가능성 시사…'실제 강행은 어려울 것' 전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무역기구(WTO)에서 미국이 탈퇴하길 원한다는 의사를 백악관 고위관계자들에게 거듭 밝혔다고 29일(현지시간) 미 인터넷매체 악시오스가 보도했다.

악시오스는 이 사안에 관여한 복수의 소식통들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고위관계자들에게 미국이 WTO에서 탈퇴하는 것을 원한다고 반복적으로 말했다"면서 "이는 세계 무역을 격렬한 혼란에 빠뜨리는 조치"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이 문제를 직접 논의한 한 소식통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WTO로부터 돈을 뜯길 것이라며 100차례 정도 탈퇴를 주장했다.

이 소식통은 또 트럼프 대통령이 참모들에게 "우리는 항상 WTO에 속는다.

왜 우리가 WTO 안에 있는지 모르겠다.

WTO는 세계의 나머지 국가들이 미국에서 돈을 뜯어내려고 고안됐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일부 참모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이 WTO 체제를 만들었고 많은 법률가가 소속돼 소송 등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는 취지의 논리를 대며 설득에 나섰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美언론 "트럼프, WTO 탈퇴 원한다고 거듭 말해"
트럼프 대통령은 재작년 대선 후보 시절부터 WTO를 "재앙"이라고 부르며 탈퇴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2016년 7월 NBC 방송 인터뷰에서 생산시설을 외국으로 옮기는 기업에 고율의 세금을 물리겠다는 자신의 계획을 WTO가 불허할 것이란 사회자의 지적에 "그때는 재협상을 하거나 아니면 탈퇴할 것이다.

알다시피 WTO는 재앙"이라고 말했다.

지난 4월 중국과의 무역 전쟁이 시작됐을 때에는 WTO가 약자에게나 줘야 할 많은 혜택을 중국에 주면서 상대적으로 미국은 차별한다고도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월 6일 트위터에서 "엄청난 경제 대국인 중국은 WTO에서 개발도상국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중국은 굉장한 특전과 이점을 받고 있고, 특히 미국에 비해 그렇다"면서 "WTO는 미국에 공정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세계 최대 무역국이자 WTO 체제를 이끌어온 미국이 WTO를 탈퇴하면 세계 무역시장이 혼란에 빠지고 수조 달러의 무역 거래에 문제가 생기는 등 엄청난 파장이 불가피하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전임 오바마 정부가 주도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전격 탈퇴한 데 이어 올해 들어서는 나프타(북미자유무역협정) 폐기를 시사했다.

그러나 워싱턴 조야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로 WTO 탈퇴를 강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악시오스는 "앞으로 아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탈퇴는 너무 극단적이다.

심지어 트럼프에게도"라고 전했다.

한국과 미국 등 현재 163개 회원국을 둔 WTO는 국가 간 무역규범을 다루는 유일한 글로벌 기구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무역질서를 관장해온 가트(관세·무역에 관한 일반협정)를 대체해 1995년 1월 출범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