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전 이튿날인 16일 회담…회담 장소도 중립국 핀란드 선택
크렘린궁 대변인 "운송 측면에서 핀란드에 양측 모두 만족"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월드컵 결승전을 관전한 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백악관과 러시아 크렘린궁은 28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오는 7월 16일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다고 공동 발표했다.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에 앞서 7월 15일 막을 내리는 월드컵 폐막식과 결승전 경기를 관람할 예정이라고 BBC 방송 러시아어판 등이 전했다.

폐막식은 모스크바 시간으로 7월 15일 오후 5시 30분, 결승전은 6시에 모스크바 루즈니키 경기장에서 펼쳐진다.

국제 다자회담 장소에서의 양자 회동이 아닌 별도의 정상회담으로선 첫 번째가 되는 이번 헬싱키 미·러 정상회담이 낮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크렘린궁이 밝힌 점을 고려할 때 푸틴 대통령은 16일 오전 모스크바를 떠나 헬싱키로 갈 것으로 예상된다.

모스크바와 헬싱키 간 비행시간은 약 1시간 40분이며 시차는 없다.

미·러 정상회담 장소와 시간은 앞서 27일 모스크바를 방문한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과 푸틴 대통령의 면담에서 최종 결정됐고, 백악관과 크렘린궁은 이를 이튿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달 11~1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개최되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뒤이어 13일 영국을 방문한 뒤 푸틴 대통령과 만난다.

트럼프 대통령이 영국 방문 뒤 유럽 내에서 체류하며 다른 일정을 보내다 헬싱키로 갈지, 귀국 후 다시 핀란드로 날아올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한동안 미·러 정상회담이 나토 정상회의에 앞서 개최될 가능성도 거론됐으나 트럼프는 서방 동맹국 정상들과 먼저 회동한 뒤 푸틴 대통령을 만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대서방 공세를 강화하는 푸틴에게 트럼프가 과도하게 유화적이라는 동맹국들의 우려를 고려한 결정으로 해석된다.

회담 장소를 헬싱키로 정한 것도 여러 측면을 고려한 선택으로 분석된다.

핀란드는 서방, 러시아와 모두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중립국으로 트럼프, 푸틴 모두에게 부담이 없는 나라다.

공식적으로 나토 회원국이 아니지만, 나토 회원국들의 군사훈련에 참가하며 유대를 강화하고 있고, 국경을 맞댄 러시아와는 긴밀한 경제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지난 1990년 조지 W.H. 부시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 간 정상회담 장소를 제공하는 등 냉전 시절에도 동서 진영 사이의 가교 역할을 했다.

푸틴 대통령으로선 핀란드가 가까운 이웃이라 무엇보다 이동이 편리하다.

크렘린궁은 이동 편의 때문에 헬싱키가 회담장으로 선정됐다고 29일 설명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 장소(헬싱키)가 운송 측면에서 양측 모두를 만족하게 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페스코프는 회담 의제와 관련 "여러 문제에 걸쳐 아주 심각한 대화가 예정돼 있다"고 전했다.
"푸틴, 월드컵 폐막식·결승전 관람 후 트럼프와 회담"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