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등 GDP 2% 못 미친 국가들에 거친 언사로 요구…유럽외교관 "모두 겁에 질려 있다"
트럼프 "왜 집단안보 비용을 분담하지 않는지 미국민에게 설득하기 어려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의를 앞두고 독일을 비롯해 일부 나토 동맹국들에 거친 언사의 서한을 보내 나토의 안보 비용을 더 많이 부담할 것을 요구해 동맹국들을 놀라게 했다고 외교안보 전문 매체 포린 폴리시가 27일(현지시간) 전했다.
트럼프, 나토 정상회의 앞두고 '안보비용 더 내라' 서한
이 매체는 미국 관리들과 외국 외교관들의 전언을 인용, 트럼프 대통령은 "왜 일부 나토 국가들은 집단안보 비용을 분담하지 않는지 미국 국민에게 설명하는 게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며 "나는, 그러므로, 우리 모두가 동의했던 (국방비 지출)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강력한 재다짐을 보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서한은 수신국들에 공통된 내용에 더해 개별 수신국 맞춤형 내용을 포함하고 있으며, 특히 독일에 보낸 서한이 가장 거친 언사들을 일부 담고 있다고 이 매체는 설명했다.

미국 정부가 나토 동맹국들에 방위비 분담의 증대를 요구하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지만, 내달 11일 브뤼셀에서 예정된 나토 정상회의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보낸 서한은 그 어조와 시기에서 "트럼프 시대 국제 회의의 불안정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이 매체는 설명했다.

종래 나토 정상회의는 사전 조율돼 정상들이 단체 사진을 찍고 진부한 성명을 내는 것으로 끝났지만 이번 정상회의는 트럼프 대통령의 불가측하고 제멋대로인 행태 때문에 실패로 끝날 수도 있다고 이 매체는 우려했다.

한 유럽 외교관은 "뉴스거리가 없는 정상회의가 좋은 정상회의일 것인데 현 시점에서 우린 모두 겁에 질려 있다"고 포린 폴리시에 밝혔다.

특히 나토 정상회의에 이어 트럼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 동맹국들은 호되게 비판해 나토 내 분열상을 드러내면서 반대로 푸틴 대통령에 대해선 우의를 나타내는 상황이 빚어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있다.

이번 나토 정상회의 후 이라크 보안군 훈련 프로그램, 유럽내 나토 동맹군의 군사적 기동성 증대 계획, 지휘구조 2개 신설, 마케도니아의 나토 가입 협상 개시 등이 발표될 예정이지만, 국방비 지출 문제가 가장 큰 갈등 요인이라고 포린 폴리시는 전했다.

이에 따라 미 국무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의에서 부정적인 메시지는 피하고, 일부 국가의 목표 미달에도 전반적으론 국방비 지출이 증대하는 양상에 초점을 맞출 것을 건의하고 있다.

나토의 유럽 동맹국들은 또 그동안 "(트럼프 행정부 내) 최후의 이성의 소리"로 의지해온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의 영향력이 쇠퇴하고 있을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고 포린 폴리시는 전했다.

나토 29개 회원국 가운데 미국, 영국, 폴란드,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루마니아, 그리스 등 8개국은 자국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2%까지 올린다는 목표를 달성했거나 그에 근접했고, 불가리아, 프랑스, 헝가리, 몬테네그로, 슬로바키아, 터키 등 6개국은 2024년까지 달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노르웨이와 덴마크는 시한인 2024년까지 2% 목표엔 미치지 못하더라도 노르웨이의 경우 신형 F-35 전투기 52대를 구매키로 하는 등 국방비 지출을 상당폭 늘린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유럽에서 가장 경제력이 큰 독일을 비롯한 나머지 회원국들은 2% 목표 실현 계획이 없는 상황이라고 포린 폴리시는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