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각국이 석탄 발전소 폐쇄에 속도를 내고 있다. 탈석탄을 두고 사회적 갈등이 많았던 독일과 석탄 화력이 에너지의 80%를 차지하는 대표적인 ‘석탄 강국’ 폴란드도 본격적인 탈석탄에 가세했다. 네덜란드, 핀란드는 발전소 폐쇄 시기를 당초 예상보다 최대 6년 앞당겼다.

외신에 따르면 독일 정부는 지난 26일(현지 시간) ‘탈석탄위원회’ 첫 회의를 열었다. 산업계, 노동계, 학계, 환경 단체 등 관련 전문가들이 모여 석탄발전소 폐쇄 시기 등을 담은 ‘탈석탄 방안’을 올해 말까지 만들기로 합의했다.

독일은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수준의 40%로 줄이기로 했지만 지난해 감축량은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8일 “세계 4위 경제대국이자 석탄 관련 갈등이 많았던 독일이 탈 석탄에 나선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산업구조상 합의점을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국, 프랑스가 먼저 탈 석탄을 위한 시동을 걸 때 독일에서는 탈 석탄을 두고 갑론을박이 많았다. 2016년 설치하기로 했던 탈석탄위원회가 이제서야 첫 회의를 하게 된 배경이다. 독일에서 석탄은 전체 전력의 약 40%를 차지하는 가장 큰 전력 공급원이어서 산업계의 반발이 특히 심했다. 2022년까지 원전도 폐지하기로 한 마당에 석탄 발전소까지 폐쇄하면 에너지 안정성을 확보할 수 없다는 지적에서다. 신재생 에너지는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크게 달라지는 문제점이 있다. 또 7만여명이 석탄 채굴과 관련된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는 점도 독일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었다.

전체 에너지 중 80%를 석탄으로 공급하는 폴란드의 변신도 유럽을 놀라게 했다. 폴란드 국유 송전회사 PSE는 지난 4월 “2027년까지 4~8기가와트(GW) 규모의 풍력 발전소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달에는 국영 전력사 PGE가 민간 최대의 풍력발전소 회사를 인수하기도 했다. 폴란드 언론은 “완전한 탈 석탄이 이뤄질지는 미지수지만 첫 발을 뗀 것은 확실하다”고 전했다.

네덜란드도 1994년부터 가동을 시작한 5개 석탄발전소 중 두 곳을 2024년까지만 운영하기로 했다. 당초 2030년까지 운영하기로 한 시기를 6년 앞당겼다. 2015~2016년에 가동을 시작한 나머지 세 곳도 29년 동안만 운영하기로 했다. 설계연한(40년)보다 훨씬 짧다. 핀란드도 예정 시기보다 1년 빨리 발전소를 폐쇄하기로 했다.

유럽 연합은 전체 에너지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율을 2030년까지 32%로 끌어올리기로 이달 합의했다. 당초 27%에서 목표치를 높였다. 이에 따라 석탄 발전소 폐쇄를 향한 유럽 국가들의 발걸음도 빨라질 전망이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