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영대학원(MBA)의 인기가 점점 더 식어가고 있다. 전통적으로 MBA 졸업생을 가장 많이 채용하던 금융회사, 컨설팅사들이 이공계 졸업생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미국 경영대학원 입학위원회(GMAC)에 따르면 조사 대상 615개 미국 기업 가운데 올해 MBA 졸업생을 뽑을 계획이 있는 곳은 85%로 나타났다. 2015년 92%, 2017년 91%에서 6%포인트 넘게 떨어진 수치다. 체감 인기는 이같은 수치보다 더 낮다는 얘기도 나온다. 미국 외 기업 485개에서도 올해 MBA 채용 의사가 있는 곳은 81%로 작년 90%보다 줄었다.

MBA 졸업생 연봉 추세도 뒤집혔다. 기업들은 초봉으로 지난해 11만달러를 제안했지만, 올해는 10만5000달러를 제시할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10년간 조사에서 기업들이 제안하는 초봉이 줄어든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에 대해 금융사, 컨설팅사들이 점점 더 MBA 출신보다 인공지능(AI) 등을 개발하는 이공계 출신을 뽑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했다. 일부 기업은 구인난이 심해지면서 과거 MBA 학위를 요구하던 자리를 학부 졸업생으로 채우고 있다. 실제 올해 MBA 출신을 가장 많이 채용하겠다고 밝힌 기업은 금융사가 아니라 헬스케어, 정보기술(IT), 에너지 회사 등으로 나타났다.

점점 더 많은 MBA 졸업생이 IT 회사에 취업하거나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시작하는 등 전통적인 사회 진출 경로가 바뀌고 있다. 예컨대 미시간대 로스 비즈니스스쿨 졸업생이 지난해 가장 많이 취업한 회사는 아마존과 맥킨지였다.

이에 따라 경영대학원도 기존 마케팅, 재무 중심의 커리큘럼을 인공지능, 데이터 분석 등으로 다양화하고 있다.

지난 2월 GMAC의 경영대학원 졸업생 고용 보고서를 보면 정규 MBA 졸업생의 96%가 취업 중이지만, 약 4%는 실업 상태다. 이는 25세 이상이면서 학부 이상 졸업자의 실업률(지난 5월 기준 2%)보다 높다. 산지트 초플라 GMAC 회장은 “미국 기업들이 영주권이나 시민권이 없는 사람들의 고용을 점점 더 꺼리고 있어 해외 유학생들이 더 일자리를 찾기가 힘들 수 있다”고 말했다. 작년엔 조사 대상 미국 기업의 55%가 해외 출신 MBA 졸업생을 고용할 계획이 있다고 밝혔지만, 올해는 이 수치가 47%로 감소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