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미국의 반중정서, 장기전 결의에 대한 오판 지적들 나와"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한대 맞으면 한대 친다"는 말로 미국과 무역전쟁 결의를 나타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한 가운데, 중국 정부 내부와 학계에선 중국이 과연 미국과 무역전쟁을 벌일 준비가 돼 있느냐는 회의적인 목소리들이 제기되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25일(현지시간) 전했다.

최근 중국의 저명한 경제학자 일부가 "조심스러운" 표현으로 이런 회의적인 견해를 밝힌 글들이 인터넷에서 퍼지고 있으며, 상무부와 외교부 등 정부 청사 내에서도 공감을 얻고 있다는 것이다.

이 글들의 요지는 중국 공산당이 워싱턴의 반중 정서의 깊이를 과소평가하는 바람에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과 때 이른 맞대결을 벌이는 위험을 무릅쓰고 있다는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중국 안신증권(Essence Securities)의 수석 경제분석가 가오 산원은 지난달 워싱턴을 방문하고 귀국한 뒤 자신의 위챗 계정에 올려 수백만 번 조회를 기록한 글에서 "무역갈등이나 무역전쟁에 임하는 중국 관리들의 정신 상태가 준비가 안된 것 같다"며 "미국의 여론과 집권당(공화당) 내부에선 반중국 견해에 의견이 모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글은 지난주 대미 무역전쟁의 최전선인 상무부 관리들 사이에서 회람 됐다고 한 상무부 관리는 블룸버그에 밝혔다.

중국 재정부 한 관리는 미국의 대중 장기전 결의를 중국 정부가 "잘못 판단"했다고 말하는 등 지난주 이 매체와 인터뷰한 다른 관리들도 고위지도부의 대미 무역 전략에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다.

블룸버그는 "위험스러운 점은 미국과 중국 양측이 서로 상대의 의도를 오판해 공격과 반격의 상승 곡선에 빠지는 것"이라며 "시 주석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힘과 결단력을 강조하는 민족주의적 지도자여서 미국과 대결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 한다"고 지적했다.

상하이대 경제학 교수 위 지는 싱가포르 매체에 기고한 글에서 "중국은 덩샤오핑의 말대로 부유해지는 과업을 달성했는가? 사회주의 초급단계를 완성했는가? 미국과 다른 서방 나라들과 직접 경쟁을 시작할 만큼 됐는가?"라고 묻고 "중국은 전반적인 전략 방향을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블룸버그는 "미국 입장에서, 문제는 단순히 무역 적자가 아니"기 때문에 중국이 수십억 달러어치의 미국 에너지와 농산품을 구매하겠다는 약속 정도로는 무역분쟁을 피할 수 없다며, 트럼프 행정부는 여러 전략 산업에서 미국을 밀어내고 우위를 점하려는 시 주석의 야심을 꺾으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 무역분쟁을 잘못 관리해 무역전쟁이 본격화하면, 금융전쟁, 경제전쟁, 자원전쟁, 그리고 마침내 지정학적 전쟁으로 치달을 수 있다"고 방정증권(Founder Securities)의 수석 경제분석가 런 쩨핑은 역시 널리 읽힌 지난 5일 자 논평에서 경고했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래 무역, 금융, 화폐, 군사 등등 분야에서 쌓아놓은 자신의 패권적 체제를 총동원해 중국의 굴기를 막으려 할 것"이라는 것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