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농담 섞인 질책

"北비핵화 시작됐다"면서도
실무회담 지연에 조바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은 21일(현지시간) “북한이 전면적 비핵화에 매우 빨리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미·북 정상회담 합의와 관련해 북한에 후속 논의를 독려하는 한편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미국 내 비판론을 잠재우기 위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미·북 정상회담이 끝난 지 10여 일이 지났지만 이렇다 할 실무회담 개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연 각료회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의) 전면적 비핵화로 이를 실행하기 위한 조치가 일어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 근거로 탄도미사일 엔진 시험장 파괴와 핵 실험장 폐기 조치를 들었다.

핵 실험장 폐기와 관련해서는 “이미 대형 실험장 가운데 한 곳을 폭파했다”며 “사실 그것은 실험장 네 곳”이라고 말했다. 실험장 네 곳은 미·북 정상회담에 앞서 지난달 폭파된 풍계리 핵 실험장의 갱도 전체 개수를 말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미 정보당국은 탄도미사일 엔진 시험장 파괴 여부는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의에서 옆자리에 앉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두고 “어, 여기 있었네”라며 “이미 북한에 갔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고 여기에서 봐서 놀랐다”고 말했다. 정상회담 후속 조치 논의가 빨리 진행되지 않는 데 대해 협상 총괄자인 폼페이오 장관에게 ‘농담 섞인’ 질책을 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헤더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현재로서는 발표할 만한 회동이나 (북한) 방문 계획은 없다”면서도 “북측과 접촉이 계속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이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북측 인사를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전 참전 미군 전사자 유해 송환 문제와 관련해서는 “그들(북한 당국)은 전쟁 기간 북한에서 전사한 우리의 위대한 영웅들의 유해를 보냈거나 보내는 과정에 있다. (유해들은) 이미 돌아오고 있다”고 했다. 그는 전날 미네소타주 덜루스 유세에서 “오늘 한국전 전사자 유해 200구가 송환됐다”며 앞서 나갔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폼페이오 장관이 곧 방북해 최대 200구로 예상되는 미군 전사자 유해와 함께 귀국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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