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백인 사망자 수가 출생자 수 앞질렀다" 위스콘신·텍사스대 연구
미국에서 2016년에 처음으로 백인 사망자 수가 출생자 수를 넘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에서 백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과반 이하로 떨어질 날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위스콘신 대학과 텍사스 대학의 인구통계학자들이 최근 실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16년 미국 백인 사망자 수는 213만3000명으로 출생자 수 209만4000명을 앞질렀다. 1999년부터 2016년까지 미국 백인 사망자 수는 9.2% 늘어난 반면 출생자 수는 10.8% 줄어 출생자수와 사망자수가 처음 역전됐다.
미국의 50개 주(州) 가운데 절반이 넘는 26개 주에서 백인의 사망자 수가 출생자 수를 압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논문은 “미국 인구의 56%가 거주하고 있는 이 26개 주는 미국에서도 가장 인구가 많고 도시화된 곳”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추세는 20년 전 펜실베이니아주와 웨스트버지니아주 등 백인 인구가 노령화하고 있는 지역에서 처음 나타났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출생자 수가 급감한 반면, 백인들의 마약 과다 복용 등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증가하면서 노스캐롤라이나주와 오하이오주 등에서도 인구 구조 변화가 더 빨리 진행됐다”고 연구자들은 분석했다.
"美 백인 사망자 수가 출생자 수 앞질렀다" 위스콘신·텍사스대 연구
미 인구조사국은 앞서 “2045년께 백인의 비율이 인구의 50%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하지만 논문의 공동저자인 로젤리오 사엔즈 텍사스대 교수는 “2014년엔 백인 사망자 수가 출생자 수를 넘어선 지역이 17개 주에 불과했지만 2년 새 급증했다”며 “기존 예측보다 더 빠르게 백인의 인구가 과반 이하로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런 인구 지형의 변화는 개인의 정체성 뿐 아니라 정치·경제 등 사회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세안즈 교수는 ”캘리포니아에선 어린이의 52%가 적어도 한 명의 이민자가 있는 가정에서 살고 있다“며 “젊은 미국인의 대다수는 이미 백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즈(NYT)는 “인구 통계의 변화가 향후 정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불분명하다“면서도 백인의 사망자 수가 출생자 수를 앞선 주 가운데 4곳(오하이오, 미시건, 펜실베이니아, 플로리다)이 2012년 민주당 버락 오바마 후보 지지에서 2016년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 지지로 돌아선 것에 주목했다. NYT는 “플로리다주는 1993년 백인 사망자 수가 출생자 수를 처음으로 앞지른 곳이었는데 이는 많은 백인 퇴직자가 몰렸기 때문“이라며 “플로리다는 계속해서 찾아오는 백인 은퇴자와 라틴 아메리카계 젊은 인구를 기반으로 미 전역에서 인구가 가장 빠르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