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북 정상회담을 머리 기사로 보도한 일본 언론들. /연합뉴스
미·북 정상회담을 머리 기사로 보도한 일본 언론들. /연합뉴스
중국과 러시아는 12일 미·북 정상이 이룬 합의에 대해 “한반도 안전과 북한의 핵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역사를 썼다”고 환영과 지지를 밝혔다. 일본은 “경계심을 풀어서는 안 된다”고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중국은 북한 핵 문제 해결에 중국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재차 강조하면서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이행하면 대(對)북 제재를 완화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왕이 중국 외교부 장관은 이날 베이징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북·미 정상이 마주 앉아 평등한 대화를 한 것 자체가 새로운 역사를 만들었으며 중국은 환영하고 지지한다”고 밝혔다.

왕 장관은 이어 “양국 정상이 장애물을 없애고 신뢰를 구축해 한반도 비핵화 실현과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데 기본적인 공동 인식을 달성하고 중요한 발걸음을 내디뎠다”고 평가했다. 그는 “중국은 한반도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과정에서 매우 독특하고 중요한 역할을 계속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중국 역할론을 다시 강조했다.

겅솽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을 통해 “안보리에서 통과된 관련 결의에 따라 북한이 결의를 이행하거나 준수하면 필요에 따라 제재 조치를 조정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관련 제재를 중단하거나 해제하는 것을 포함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중국은 제재가 목적이 아니라고 일관되게 주장해왔다”며 “안보리는 외교적 대화와 한반도 비핵화 노력을 지지하고 협조해야 하며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반도 평화협정에 대해선 “중국은 한반도 문제의 중요 당사국이자 정전협정 서명국으로서 한반도 정전체제에서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마땅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일본 정부는 미·북 정상회담을 환영한다면서도 “결코 경계심을 풀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내놨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회담 직후 전화로 설명을 들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에서 북한의 일본인 납치문제를 제기한 것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미·일 3국과 중국, 러시아가 함께 연대해 핵·미사일, 납치문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오노데라 이쓰노리 방위상은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인 행동이 중요하다”며 “비핵화와 관련해 북한의 구체적인 행동이 확인되기 전에는 결코 경계심을 풀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는 역사적 사건이라고 평가하면서도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러시아와 중국, 일본이 함께 참여하는 6자 회담 틀로 논의를 복귀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레오니트 슬루츠키 하원 국제문제위원회 위원장은 “정상회담 결과만으로 한반도 긴장이 즉각 해소될 것으로 얘기할 수는 없다”며 “긍정적 분위기를 유지하고 추가적 도발이나 상호 비방을 허용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베이징=강동균/도쿄=김동욱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