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쿠하라(성희롱)’ ‘파워하라(상사 갑질)’ ‘마타하라(임신 여성에 대한 괴롭힘)’…

모두 일본 직장 내 ‘괴롭힘’, ‘따돌림’과 관련한 용어들입니다.

일본 기업문화는 서구 기업에 비해 보수적이라는 평을 듣고 있습니다. 직장상사의 괴롭힘과 성희롱 문제도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 일본 기업문화에 변화의 바람이 이는 듯한 분위기입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지난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국제노동기구(ILO) 총회에서 성희롱 등 직장 내 폭력과 괴롭힘을 없애기 위한 조약을 추진키로 하면서 일본 내에서도 관련법을 정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고 합니다.

ILO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조약의 형태로 직장 내 폭력과 성폭력을 근절하는 기준을 마련키로 했습니다. 내년 총회에서 최종적인 안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에 따라 일본 내에서도 관련 법안 마련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이란 전망입니다.

일본 최대 근로자 단체인 렌고(連合)에 따르면 지난해 18~69세의 남여 직장인 각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조사 대상의 약 56%가 직장에서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가장 흔한 괴롭힘(복수응답)은 직장 상사의 괴롭힘인 ‘파워하라(파워+해러스먼트)’로 전체 대상의 45.0%가 경험을 했습니다. 성희롱을 의미하는 ‘세쿠하라(‘섹슈얼 허래스먼트’의 일본식 표현) 경험자도 41.4%에 달했습니다. 여성이나 남성에게 특정한 일을 강요하는 젠더허래스머먼트(25.4%)와 임신한 직장여성을 괴롭히는 마타하라(21.4%)의 경험 비율도 낮지 않았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 수준은 높은 반면 법적·제도적 방지 대책은 부족하다는 지적입니다. ILO가 주요 80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일본은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규제가 없는 20개국에 속했다고 합니다.

‘미투 운동’의 확산 영향 등으로 전 세계적으로 여성 등 직장 내 약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보호조치가 강화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시대 흐름이 전근대적인 일본 내 기업문화를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