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이 미국 에너지부(DOE) 오크리지 국립연구소에 설치한 슈퍼컴퓨터 ‘서밋’이 초당 20경(1경은 1조의 1만 배) 회 연산 처리 속도를 달성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지난 9일 보도했다. 최근까지 슈퍼컴퓨터 계산 속도 순위에서 세계 선두였던 중국 슈퍼컴퓨터 ‘타이후즈광(太湖之光)’의 초당 9경3000조 회 연산처리보다 두 배나 빠른 속도다.

서밋은 30년간 데스크톱 컴퓨터가 작업해야 할 분량을 불과 한 시간 만에 처리할 수 있다. 미국이 슈퍼컴퓨터 연산 처리 속도에서 중국을 제친 것은 2012년 이후 처음이다. 슈퍼컴퓨터는 컴퓨터의 F1(포뮬러원 경주)이라고 불릴 만큼 국가 기술력 수준을 나타내는 상징이 되고 있다.

서밋 구축에는 인공지능(AI)이 사용됐다고 FT는 설명했다. 기존 슈퍼컴퓨터에 사용된 대규모 모델링과 시뮬레이션 기술이 아니라 AI 기반의 대용량 데이터 처리 기술이 서밋에 적용됐다는 것이다. 이 같은 슈퍼컴퓨터 시스템 구축을 위해 IBM은 이미지 처리 반도체(GPU) 기업인 엔비디아 등과 공동으로 관련 기술을 개발했다.

서밋은 컴퓨터 심장부에 ‘파워9’으로 불리는 IBM 중앙처리장치(CPU)를 9216개 사용했고 계산 능력을 높이기 위해 2만7648개의 GPU도 채용했다. 서밋 크기는 테니스 코트 두 개 정도에 해당한다. 존 켈리 IBM 수석부사장은 “서밋 구축이 AI가 한 차례 도약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춘호 기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