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오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릴 미·북 정상회담에서) 한국전쟁 종전 합의에 서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면서 발언 의미와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발언이 미국이 북한과 단독으로 종전 합의를 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소지도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한 뒤 기자회견에서 종전선언에 대한 질문을 받자 “우리는 물론 합의에 서명할 수 있다. 그 문제에 대해 북한과 얘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것은 아마도 쉬운 부분이고 어려운 부분은 그 이후에 남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는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8일 정례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종전 합의가) ‘선언’인지 ‘협정’인지, 어떤 의미로 정확히 쓰였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조심스러운 국면이기 때문에 공식 입장을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그동안 미·북 정상회담 이후 남·북·미 3자가 참여하는 종전선언을 추진해왔다. 일각에선 문재인 대통령이 미·북 정상회담 직후 싱가포르에 합류해 곧바로 남·북·미 3자 정상회의를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싱가포르 3자 정상회의는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청와대는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종전 합의’가 ‘미·북 두 나라가 종전선언을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미·북 정상회담 합의문에 종전선언과 관련한 언급이 포함될 수 있다’는 뜻이라는 해석도 있다. 4·27 남북한 정상회담 당시 판문점 선언에 ‘올해 내 종전선언’이란 문구가 명시된 것처럼 미·북 정상회담에서도 ‘올해 내 남·북·미가 모여 종전선언을 한다’는 식의 합의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미·북이 먼저 종전선언을 한 뒤 남·북·미 3국이 다시 종전선언을 해도 무방하다는 분석도 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종전선언은 법적 구속력이 없고, 몇 개 국가가 해도 상관이 없다”며 “북한의 초기 (비핵화) 조치에 대해 미국이 체제안전 보장 취지를 담아 종전선언으로 성의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회담에 이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2차, 3차 회담을 할 수 있다고 한 만큼 종전선언이 다음으로 미뤄질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한국전쟁 휴전협정일인 7월27일이나 유엔총회가 열리는 9월에 남·북·미 3자 종전선언이 이뤄질 수도 있다.

주용석/조미현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