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비핵화 인식차 축소되고 있느냐' 물음에 "그렇다"…"조금씩 진전"
'김정은, 트럼프 방북 초청했느냐' 질문엔 "대통령에게 답변 맡기겠다" 즉답 피해
"김정은 '비핵화 준비돼있다'는 뜻 밝혀…핵무기 외에 WMD도 논의대상 시사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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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7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그의 나라를 위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결단을 내리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핵화할 의지가 있으며, 준비돼 있는 뜻을 나에게 개인적으로 내비쳤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4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평양을 방문해 김 위원장과 면담한 바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그(김정은)는 우리가 과거에 했던 방식으로는 할 수 없다는 것을, 크고 과감한 결단을 내려 큰 변화를 이뤄내야 한다는 걸 알고 있다"면서 "김정은 위원장이 그의 나라를 위해 결단을 내릴 준비가 돼 있기를 바란다.

그 결단이 안보에 대한 김 위원장의 전략적 이해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며 체제 안전보장을 약속했다.

현재 북미는 오는 12일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추구하고 있는 CVID를 공동합의문에 명기하는 문제, 비핵화의 범위 등 핵심 의제를 놓고 막판 줄다리기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폼페이오 장관은 "김 위원장은 현재의 (핵 추구) 모델은 효과가 없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며 "그는 비핵화 준비가 돼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또 '북미 간에 비핵화를 둘러싼 인식차가 축소되고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yes)"라고 대답했다.

이어 "우리는 조금씩(inch by inch) 진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비핵화 범위와 관련해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이 대량파괴무기 프로그램을 완전하고 검증가능하게 제거하기 전까지는 대북 제제가 해제되지 않을 것"이라며 핵무기 외에 대량파괴무기(WMD) 등도 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사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또 핵무기 확산의 위험성을 언급하면서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방식을 원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 때문"이라며 "비축된 무기, 지식 베이스, 무기 저장고, 시스템, 인프라, 핵분열 물질 생산 시설 등이 남아 있는 한 확산의 위험성은 계속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CVID 프로세스와 북한에 대한 체제안전 보장을 통해 이러한 확산의 위험성을 대폭 줄이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다만 폼페이오 장관은 "체제안전 보장, 정치적 정상화,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는 즉각적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다"라며 "수년에 걸쳐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좀 시간이 걸린다는 점은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이 비핵화를 하면 밝은 길이 있을 것"이라며 미국은 북한으로부터 '말'이 아니라 '구체적인 조치'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또 "우리는 강하고 연결되며 안전하고 번영한 북한, 국제사회와 통합된 북한의 모습을 상상한다"며 "미국과 북한은 불신와 두려움이 아닌 우정과 협력으로 정의되는 미래를 창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6·12 북미정상회담에 희망적이지만 두 눈을 부릅뜨고 갈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수용할 유일한 결과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한반도 비핵화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만약 이 같은 외교적 노력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지 않는다면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이 배가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6·12 정상회담 이후 후속회담과 관련,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북한으로 초청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북미 양측 간 있었던 대화 내용에 대해서는 얘기하고 싶지 않다"며 "그 부분은 대통령이 말씀하시도록 남겨두겠다"고만 언급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 비핵화-체제안전 보장'이라는 협상 결과물이 연속성을 갖도록 의회 비준을 추진하겠다는 뜻도 거듭 시사했다.

그는 "(북핵협상과 관련해)과거 정부는 엉성한 종이 한장에 사인을 하고 끝냈지만 우리는 문건을 의회에 제출해 의회도 임무를 맡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며 "그렇게 되면 향후 (협상)과정에 자금 지원은 물론 힘과 연속성이 생길 수 있고, 불가피하게 정권이 바뀌어도 김정은 위원장은 미국의 정책이 똑같이 지속될 것이라고 안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정상회담 준비와 관련해선 "대통령은 지난 몇 달 동안 거의 매일 이 문제에 대한 군사적 측면, 경제적 측면, (양국) 관계의 역사 등을 보고받았다.

북한에 대해 보고를 안한 날이 거의 없을 정도"라며 "대통령은 충분한 준비가 됐다"라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핵 해법을 놓고 마이크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다는 보도와 관련해선 "근거없는 소설, 완전히 우스운 얘기(joke)"라면서도 "물론 우리는 서로 다른 두 사람이며 각자 자신의 견해를 표현하는 것이다. 대통령은 우리가 각자의 견해를 제시하길 바란다"며 견해차를 인정했다.

또 '김정은 애원' 발언으로 논란을 초래한 트럼프 대통령의 법률고문인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에 대해서는 "그는 북한과의 협상과 일련의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를 대변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앞서 줄리아니 전 시장은 전날 이스라엘에서 열린 한 회의에 참석해, 지난달 말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 취소를 선언하자 "김 위원장이 (백악관에) 일정을 다시 잡아달라고 엎드려서 애원했다"고 말했다.

그는 논란이 일자 "하나의 은유"라며 "미 정부와 관계없다"고 스스로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