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트럼프의 거친 '구라'가 1조달러를 날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거친 '블러핑'이 1조2500억달러(1380조원)가 공중으로 날렸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월스트리트의 유명 퀀트 분석가가 계산한 겁니다.

JP모간체이스의 마르코 콜라노비치 글로벌 퀀트 및 파생상품 전략 헤드는 6일(현지시간) 투자자들에 보낸 메모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에 대한 험악한 언사로 미국 증시에서 지난 3월 이후에만 약 1조2500억달러의 시장 가치가 증발했다”고 분석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몇 달간 전세계를 대상으로 철강, 알루니늄 관세부터 수입차 관세까지 온갖 무역 협박과 위협을 동원했습니다. 중국에는 2000억달러 관세 감축을 몰아붙이고 있으며, 유럽연합과 캐나다 멕시코에는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때리기 시작했습니다.

콜라노비치 헤드는 이렇게 만들어진 불확실성이 미국 증시를 4.5% 하락시켰다고 추정했습니다. 이를 현재의 미국 증시 시가총액으로 환산하면 1조2500억달러에 달합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경제 살리기를 위해 추진한 감세와 재정 부양으로 인한 액수의 3분의 2에 달합니다.

실제 지난 31일 트럼프 대통령이 EU와 캐나다와 멕시코에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를 매기겠다고 하자 다우지수는 200포인트 이상 하락했습니다. 이후 각국은 돼지 고기, 땅콩 버터, 오토바이 등 미국산 수출품에 대한 보복 관세를 발표하면서 대응하고 있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트럼프의 거친 '구라'가 1조달러를 날렸다"
콜라노비치 헤드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거친 언사를 참는다면 실제로 주식을 끌어 올릴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콜라노비치는 올해 초 증시 조정을 예측하면서 그 원인으로 투자자들의 지나친 자신감과 과도한 레버리지를 꼽았었습니다. 이날은 향후 증시의 주요 위험 요인으로 보호주의와 통상전쟁을 강조했습니다.

그는 "블러핑과 위협을 포함하는 협상 전략은 양자 협상에서는 성공할 수 있지만 세계 무역과 같은 복잡한 시스템에서 자멸적인 결과를 낼 가능성이 더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무역 전쟁에 의해 파괴된 가치는 정책이 반전되면 되돌릴 수 있으며 이는 약 4 %의 시장 강세를 촉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통상 전쟁으로 인한 긴장은 투자자의 심리와 사업 신뢰에 계속해서 손해를 입히고 있다"며 "불확실성이 더 오래 지속된다면 손상이 영구화되고 파괴적 테일 효과가 발생할 확률이 높아진다"고 결론지었습니다.

미국 상무부는 이날 4월 무역 적자가 7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4월 무역적자는 전월 대비 15.2% 감소한 489억6000만달러(계절 조정치)로 월스트리트저널이 조사한 시장 전망치는 487억달러보다 적었습니다. 이는 2개월 연속 무역 적자가 감소한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거친 언사가 증시에는 부정적이지만, 실제 무역적자를 줄이는 효과가 있는 지 지켜봐야겠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