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2일 대만 수도 타이베이에서 열리는 ‘미국 재대만협회(AIT)’ 신축 건물 준공식을 앞두고 미국과 중국 간 미묘한 긴장이 흐르고 있다. 1979년 미국과 중국 수교 이후 39년 만에 중국 정부의 ‘원 차이나(하나의 중국, 대만은 중국의 일부)’ 방침을 둘러싼 미·중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리포트] 美軍 대만 배치 임박… '하나의 중국' 놓고 39년 만에 G2 충돌
‘대만 카드’로 중국 압박하는 美

AIT는 사실상 대만 주재 미 대사관 역할을 한다. 미국은 1979년 중국과 수교하고 대만과 외교관계를 단절하면서 비자 발급 같은 대사관 업무를 대신할 기구로 이 협회를 설립했다. 그동안 별 관심을 끌지 못했던 이 건물 준공식이 주목받는 이유는 우선 미국에서 대표적인 대(對)중국 강경파로 꼽히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행사에 참석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볼턴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거부하며 미국과 대만의 수교를 주장한 인물이다.

AIT 건물 경비를 위해 미 해병대 10명 안팎이 이달 중 파견될 예정인 점도 중국을 자극하는 요인이다. 비록 상징적 수준이긴 하지만 미군이 대만에 주둔하는 건 1979년 이후 처음이다. 미국은 1951년부터 28년 동안 대만에 군사 고문단과 연합방위사령부를 두고 대규모 병력을 상주시켰지만 중국과 수교한 뒤 주둔 병력을 모두 철수했다.

미국의 이런 행보가 미·중 통상전쟁 와중에 이뤄지는 점도 주목된다.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대만 문제를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 이유다. 미국이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해 ‘대만 카드’를 활용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미국은 냉전시대엔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 중국과 손잡으면서 대만과 소원해졌지만 지금은 중국 견제를 위해 대만과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일 때부터 중국을 자극했다. 2016년 12월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직접 전화통화하고 대만에 사절단을 보냈다.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에도 ‘하나의 중국’과 배치되는 조치를 취했다. 미 국무부는 지난해 6월 대만에 13억달러(약 1조4000억원) 규모의 무기 판매를 승인했다. 이어 7월엔 수교 중단 후 처음으로 대만과 하와이에서 비밀리에 합동 군사훈련을 했다. 올 2월에는 16년 만에 대만과 미국의 방산업체가 교류를 재개했다. 3월엔 미국과 대만 고위급 인사의 상호 교류를 촉진하는 대만여행법에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했다.

中, 폭격기 출격시켜 무력 시위

중국 정부는 미국의 이런 움직임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하나의 중국’은 중국의 영토 문제인 데다 대외 관계의 기초로 절대 양보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중국은 대만에 미군이 상주하거나 AIT 준공식에 볼턴이 참석하면 대만을 무력 침공하는 것도 배제하지 않겠다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지난달 25일 최신예 전투기 ‘수호이(SU)-35’와 전략폭격기 ‘훙-6K’ 편대를 출격시켜 대만을 순찰 비행하며 군사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지난달엔 중국 해군이 대만의 진먼다오(金門島)에서 65㎞ 떨어진 푸젠성 앞 해상에서 실탄훈련을 하기도 했다.

중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내세우면서 대만의 외교 고립은 가속화되고 있다. 2016년 5월 차이 총통이 집권한 뒤 상투메프린시페 파나마 도미니카공화국 부르키나파소 4개국이 대만과 단교했다. 이제 대만의 수교국은 18개 국가뿐이다. 중국(177개국)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대만 둘러싼 미·중 갈등, 기업에도 ‘불똥’

대만 문제를 둘러싼 미·중 갈등은 기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 민항국은 유나이티드항공 아메리칸에어라인 델타항공 등 미국 항공사에 다음달까지 ‘대만을 중국 영토로 표기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전체주의적 발상’이라고 비판하지만 기업들은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미국 의류 브랜드 갭도 지난달 대만이 빠진 중국 지도를 그려넣은 티셔츠를 팔다가 중국 정부 항의에 제품을 전량 회수했다. 호텔 체인 JW메리어트도 홈페이지에서 대만을 별도 국가로 표기했다가 중국 소비자들로부터 ‘불매운동을 벌이겠다’는 위협에 시달렸다.

대만 경제도 미·중 갈등의 사정권에 들어 있다.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하면 중간재로 들어가는 대만 제품도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어서다. 대만의 대(對)중국 수출에서 중간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80%에 달한다.

베이징의 한 외교 소식통은 “중국의 패권 강화를 견제하려는 미국이나 ‘하나의 중국’ 원칙을 관철하려는 중국 모두 대만 문제에선 한 치도 물러서기 어렵다”며 “향후 양국 갈등이 전방위로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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