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총선 이후 정부 구성이 지연되던 이탈리아에 89일 만에 새 정부가 들어섰다.

기성 정치권에 반기를 든 채 9년 전 투명한 정치를 기치로 내걸고 창당한 반체제정당 '오성운동', 반난민·반유럽연합(EU) 성향의 극우정당 '동맹'이 손을 잡은 연립정부를 이끌 주세페 콘테 총리가 1일 오후(현지시간) 로마의 대통령궁 퀴리날레에서 취임 선서를 했다.

EU의 긴축 정책에 반대하며 재정 지출 확대, 불법난민 강경 단속 등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포퓰리즘 정권이 서유럽에서 출범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동산업부 장관으로 임명된 오성운동의 루이지 디 마이오 대표, 내무장관으로 기용된 동맹의 마테오 살비니 대표 등 각료들도 세르지오 마타렐라 대통령 앞에서 헌법을 지키고, 나라를 위해 충실히 임무를 수행할 것을 서약했다.

디 마이오 대표와 살비니 대표는 새 정부에서 나란히 부총리 직책도 수행할 예정이다.

콘테 내각은 오는 4일과 5일, 상원과 하원에서 실시될 예정인 신임투표를 각각 통과할 경우 본격적으로 국정에 착수한다.

오성운동과 동맹의 의석을 합하면 양원 모두에서 과반을 웃돌아 신임투표 가결이 거의 확실한 상황이다.

마타렐라 대통령이 지난 27일 유로화 탈퇴를 주장하는 경제장관 후보의 임명을 거부, 연정 출범에 급제동을 건 직후 요동쳤던 금융시장에는 훈풍이 불었다.

새 정부 출범으로 정치 불확실성이 사라진 효과에 밀라노 증시의 FTSE MIB 지수는 오전 한때 2.7% 급등했다. 투자 심리의 지표인 독일과 이탈리아 국채 10년물의 금리 스프레드도 220bp대까지 하락했다.

정부 출범이 무산돼 재선거가 치러질 경우 이탈리아의 유로화 탈퇴를 묻는 국민투표 성격으로 흘러 포퓰리즘 세력이 더욱 득세할 것이라는 우려 속에 최근 증시가 폭락하고, 채권 금리를 급등하는 등 국제 금융시장은 최근 불안한 흐름을 보인 바 있다.

이탈리아 새 정권이 EU의 핵심정책에 반기를 들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는 EU는 첫 발을 뗀 새 정부에 통합과 연대를 당부했다.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콘테 총리에게 축하 서한을 보내 "이탈리아와 전체 EU에 있어 극히 중요한 시기에 총리직을 맡게 됐다"며 "우리 앞의 공동의 도전들을 극복하기 위해 어느 때보다 강한 통합과 연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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