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3, 4위 경제대국인 이탈리아와 스페인이 ‘정치 불안’으로 휘청이고 있다. 이탈리아는 지난 3월 총선 후 3개월가량 정부 구성에 실패한 데다 이탈리아의 유럽연합(EU) 탈퇴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세계 금융시장의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스페인은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가 부패 스캔들로 의회의 불신임을 받고 물러났다. 향후 극심한 정치적 혼란이 예상돼 경제 전망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부패 스캔들에 연루된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가 1일 의회 불신임 투표로 실각했다. 제 야당인 사회당 등 야권연합이 낸 국민당(PP) 정부 불신임안이 이날 하원의원 350명 중 과반인 180명의 찬성으로 통과됐다.

라호이 총리의 퇴진은 전임 보좌관 등 국민당원들이 기업인으로부터 뇌물을 받아 돈세탁과 탈세 등 부정행위를 저지른 게 발단이 됐다.

부패 총리 내쫓은 스페인… 사실상 ‘식물 정부’ 상태로
차기 총리는 페드로 산체스 사회당 대표가 자동으로 승계했다. 하지만 사회당 의석 수는 84석에 불과하다. 단독으로는 아무것도 하기 힘들다. 특히 사회당은 라호이 총리 퇴진을 이끌어내기 위해 급진좌파 정당 포데모스는 물론 스페인에서 독립을 원하는 카탈루냐 정당 및 바스크국민당(PNB)과도 연합해 국정 운영이 매끄럽게 이뤄질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각에선 사실상 무정부 상태나 ‘식물 정부’ 상태가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조기 총선이 치러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우파 정당 시우다다노스의 알베르트 리베라 대표는 “국가를 분열시키려는 정치집단과 반체제 정당 등 도저히 양립하기 힘든 정치집단이 야합한 ‘프랑켄슈타인 정부’가 탄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스페인 증시와 채권시장의 움직임은 심상치 않다. 스페인 마드리드증시의 IBEX35지수는 지난달 25일 이후 1주일 새 5.3% 추락했다. 정치 불안으로 부도 위험 지수가 높아지면서 10년만기 스페인 국채 금리는 연 1.6%대로 상승했다.

안전자산으로 통하는 독일 10년물 국채와 금리 차는 1년여 만에 최대인1.36%포인트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스페인 은행들의 후순위채 채무불이행 가능성도 지난달 중순 이후 두 배가량 높아졌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정치적 구심점이 흔들리면서 금융시장 충격이 상당 기간 지속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회복되는 듯했던 스페인 경제가 다시 휘청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라호이 총리는 스페인이 경제위기에 빠진 2011년 12월 집권한 뒤 강력한 긴축과 경제개혁을 해 스페인 경제를 회생시켰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3.1%에 달했다. 다만 지난해 실업률은 17.5%에 달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